◎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이 모였어요/매달 한번씩 견학 통해 타인접촉기회 만들어주고 엄마들도 스트레스 해소/아이들이 성장후 함께 살 농장 마련해주는게 꿈지체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공통적인 심정은 『아이를 생각하면 나중에 눈도 감을 수 없을 것같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집밖에도 내 보낼 수 없는 중증장애아들에게 어머니는 손과 발, 눈과 귀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타인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한데다 정신이 언제나 유아상태인 자폐아나 정신지체아의 경우 자녀가 성장해 갈수록 어머니의 고민은 깊어진다.
장애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7, 8세로 비슷한 또래의 자폐아, 정신지체아를 자녀로 둔 어머니 10명이 자구모임을 마련했다. 최선미(36·인천 계산동) 박금숙(37·인천 간석동) 이연순(35·부천 역곡동) 이란희(30·인천 송림동)씨 등은 3년전 자녀들이 다니는 부천의 사립 장애교육시설인 「비손」에서 처음 만났다. 가족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민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이들은 쉽게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비손어머니모임」은 매달 마지막 토요일마다 자녀들과 함께 견학활동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평범한 사회생활이 부족한 자녀에게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기회를 자주 만들기 위한 것. 물론 장애아어머니로서의 스트레스를 풀어버리자는 목적도 크다. 8월에는 20명 전원이 월악산으로 2박3일의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자폐증인 아들(8)을 둔 이연순씨는 『아직 아이에게서 「엄마」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가족을 알아보는지, 배가 고픈지 자신의 의사를 전혀 표시하지 못하는 애를 보면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정신지체아 아들(7)을 병원이나 이발소에 데려가려면 여간 용기를 내야 하는게 아니라는 박금숙씨는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할때마다 다른 사람들앞에 죄인이 되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최선미씨는 『자폐는 부모가 자식에게 무관심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시댁에서 고개를 들 수 없을 때가 많다』고 들려준다. 『장애아의 어머니들은 자녀수발에 따른 어려움과 고민을 주위에 호소하지 못하는 이중고의 스트레스가 말못하게 고통스럽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호소.
『3년째 모이고 있지만 아이들은 서로를 모른다. 다 제각각 놀 뿐이다. 한번은 자폐증인 한 아이가 친구들을 보고 웃어서 우리는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고 최씨는 들려준다.
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자신들이 늙어 더이상 아이들을 돌보아 줄 수 없을 때이다. 간단한 생활훈련 말고는 지적 개발이나 사회성발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공공시설은 거의 수용소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구책으로 아이들이 성장한 뒤 함께 생활할 농장을 마련해 주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매달 2만원씩을 회비로 적립, 700만원가량의 자금을 모았고 정신지체인을 위한 시설운영에 대한 자료도 수집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지체장애인을 위한 공동체를 내년쯤 견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들은 『특수교육이나 장애인을 위한 시설 등에 정부의 지원이 무척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비손」의 조정한 원장은 『장애인을 가진 부모는 아동치료와 동시에 어머니가 가진 스트레스도 함께 치료해야 한다』며 『함께 모임으로써 자녀문제 해결에도 더욱 능동적이 되어간다』고 이 모임의 발전을 기원했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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