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차기 국가주석에 지명된 트란 둑 루옹 부총리는 정통 기술관료출신으로 「미스터 클린(청렴)」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베트남전 종전 이후 베트남의 최고위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94년 미국을 방문했으며 미―베트남 국교 정상화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따라서 16일 폐막된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루옹을 국가주석에 지명한 것은 베트남의 향후 진로를 관측할 수 있는 척도의 구실을 한다. 무엇보다 그의 주석 지명은 베트남이 80년대 말부터 추진해 온 개혁·개방(도이모이)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총리 지명자인 판 반 카이 부총리와 함께 그는 개방경제의 기수이기 때문이다.
그의 지명은 또 베트남 정치개혁의 과제였던 세대교체가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한다. 퇴진할 레 둑 안(77) 주석과 보 반 키에트(75) 총리에 비해 루옹과 카이는 정치국원중 「젊은 세대」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3두체제를 형성할 당서기장에는 도 무오이(80)가 재선출됨으로써 베트남 정국은 일단 안정속의 개혁노선을 지향할 것이 분명하다.
루옹은 1937년 중부 쾅가이주에서 태어나 하노이 대학에서 광산지질학 학위를 받은 후 구소련에서 유학한 공학도다. 지질총국에서 관료생활을 시작, 79∼87년 총국장을 역임했다. 이같은 경력은 중국의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이나 리펑(이붕) 총리와 유사성을 갖고 있어 주목된다.
그는 이후 87∼92년 정부 각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공업과 대외경제, 기간산업 건설, 운송, 우편 등 핵심적인 경제분야를 관장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92년 9월 부총리에 발탁된 후 지난해 6월 당의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원에 선출됐다.
특히 그는 원로세대를 대표하는 최고 실권자 무오이 서기장의 신임을 받고 있어 앞으로 개혁추진에 상당한 힘을 얻을 것으로 추측된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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