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열이 나면 무조건 해열제를 먹이는 부모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발열은 소아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 부모는 물론 소아과 의사에게도 걱정거리이다. 열이 날 때 엄마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정확한 체온측정과 정상체온의 범위를 아는 것이다.겨드랑이에서 체온을 측정할 때는 땀을 잘 닦은 후 5∼10분간 측정한다. 대개 소아 겨드랑이의 정상체온은 섭씨 36.5∼37.5도, 고열은 38.5도 이상을 말한다. 직장체온이나 최근 많이 쓰이는 고막체온으로는 38도 이상을 발열로 정의하고, 39도 이상을 고열로 분류한다.
다음은 열을 언제부터 치료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열성 경련이 있는 아기는 열이 오르는 즉시 해열제를 투여해야 하나, 대부분은 체온이 38∼39도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38도 이하의 미열인 경우에는 미지근한 물로 피부가 빨갛게 될 때까지 찜질해주는 게 효과적이다.
이렇게 하면 피부의 말초혈관이 확장돼 열을 발산하고 중심체온이 내려간다. 그러나 고열인 상태에서 냉찜질이나 알코올찜질을 하면 고문을 당하는 것같이 고통스럽고 말초혈관이 수축돼 오히려 중심체온이 올라갈 수 있다. 또 알코올은 체내에 흡수돼 독성반응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해열제는 38도 이상의 고열인 경우 아세트아니노펜 또는 이부프로펜 제제가 권장된다. 이 때도 열의 발산을 돕기 위해 찜질을 계속하는 게 좋다. 해열제는 열이 날 때만 사용하기 보다는 몇시간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투여하는 게 효과적이므로 의사와 상담 후 복용하는 게 안전하다. 특히 해열주사 제제는 쇼크 등의 부작용이 많으므로 일시적인 증상의 호전을 위해 놓아달라고 떼쓰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
발열은 그 자체가 무서운 증상일 수도 있으나, 원인을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체온의 변화는 발열의 원인질환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따라서 해열제로 열을 떨어뜨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아기가 열이 날 때는 해열제를 불필요하게 남용하지 말고, 우선 정확한 체온을 측정한 후 단계별로 적절한 치료를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박문성 아주대 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소아과>박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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