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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부모 “모두가 내탓이오 내탓이오”/나리양 사건 현장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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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부모 “모두가 내탓이오 내탓이오”/나리양 사건 현장검증

입력
1997.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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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전씨 “죽게해달라”박초롱초롱빛나리(8)양 유괴살해사건 범인 전현주(28·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씨의 부모들은 현장검증이 실시된 17일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들은 딸이 검거된 12일 이후 칩거하던 지방의 한 친척 집을 말없이 빠져나가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다. 전씨 부모의 가까운 친척들과 접촉한 경찰관에 따르면 이들은 믿기지 않는 딸의 범행소식을 들은 이후 『자식을 잘못 가르친 우리 책임이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17일 공개한 전씨의 진술서에는 부모들이 3차례나 딸에게 자살을 권유할 만큼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돼 있다. 9일 상오 경찰과 접촉한 어머니는 영등포구 신길동의 딸 집으로 찾아와 『학원 근처 공중전화에서 집에 전화한 게 사실이냐』며 『혹시 이 일(나리양 사건)에 연루됐으면 자살을 하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10일에도 딸을 찾아가 『경찰서에서 전화가 또 왔다. 더 이상 고통당하지 말고 죽어라』고 말했고 전씨는 계속 사건연루를 부인했다. 그러나 전씨는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약국에서 극약까지 구입했다. 전씨는 11일 상오 부모와의 전화통화에서 범행을 털어놓았다. 부모는 이 때 『엄마 아빠가 뒤따라 갈테니 마음 편히 갖고 먼저 가라. 널 사랑한다』 『약은 준비됐느냐. 고통은 한 순간이니 더 괴로워하지 마라』며 부모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로 처연한 심경을 대신했다.

한편 딸 전씨는 상오 9시30분부터 3시간30분동안 서초구 잠원동 H어학원, 동작구 사당3동 인형극단 지하사무실, 명동 S커피숍 등지에서 나리양 유괴·살해장면을 재연했다. 『죽게 해달라』고 되뇌던 전씨는 사당3동 지하사무실에서 박양을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할 때는 울먹이다 실신했다. 현장검증 장소 주변에 모인 시민들은 나리양과 자신의 부모 가슴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임신부 전씨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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