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람들은 9월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여름휴가가 집중되는 8월 한달 동안에는 학교도 방학인데다 말많은 의회도, 대법원도 휴회에 들어가고 행정부의 활동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러다 9월이 되면 도심에 다시 차가 밀리기 시작하고 오랫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주로 휴가여행을 화제로 얘기하다가는 『벌써 9월이 왔네』라며 복잡한 생활로 되돌아 가야하는 안타까움을 표시하곤 한다. 그런데 이곳 워싱턴 주변에 사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거꾸로 여름방학이 끝난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에 이민을 왔거나 아니면 직장 또는 연수 등 목적으로 장기체류하고 있거나를 막론하고 모이기만 하면 『여름방학동안 서울손님들 치르느라 고생했다』는 얘기를 한다. 해외여행이 손쉬워진 요즘 연줄연줄로 쏟아져 들어오는 서울손님을 대접하랴, 또 방학기간을 이용해 어학연수를 오는 친척의 자녀를 맡아주랴 정신이 없었다는 것이다.어떤 이들은 단순한 불평이나 푸념의 수준을 넘어 『생계에도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에서 손님이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공항에 차를 가지고 영접 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호텔 등 숙박업소보다는 자기 집에 묵게 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일주일, 심지어 한달씩 묵어가는 서울손님을 일일이 차로 모시고 다녀야하니 자기 일에 지장을 받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매일 식사대접을 하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고, 어쩌다 밥대신 빵으로 식사를 내놓으면 『섭섭하다』는 소리를 듣는 일도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곳에서 발행되는 한국신문에 서울손님에 대한 이곳 한국인 거주자들의 불만이 대문짝만한 기사로 실렸을까.
서울손님들은 아는 사람 사이에 당연히 주고받는 인정을 기대하는 것이겠지만 이곳에 사는 한국인들은 그것을 몰염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튼 고마움을 표시하는데 인색하지 않으면서 대접하는 사람의 불편을 최대한 줄여보려는 배려가 아쉽다는 생각이다.<워싱턴>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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