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리양 유괴살해사건의 현장검증이 17일 실시됐다. 범인 전현주씨는 순순히 범행을 재연했다. 두 달후면 태어날 아기를 위해 태교를 하기는 커녕 상상도 못할 범죄를 저지른 그는 『죽게 해달라』며 흐느꼈다고 한다. ◆전씨의 부모는 지금 어떤 심경일까. 애지중지 기른 딸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전씨는 나리양만 죽인 것이 아니라 죄없는 부모의 목까지 졸랐다. 결국 딸을 잃은 것은 나리양의 부모나 전씨의 부모나 똑같다. 부모의 협조가 없었다면 전씨는 아직 잡히지 않았을지 모른다. ◆전씨의 자술서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두 번이나 찾아가 『혹시 이 일과 연루돼 있으면 자살하라』고 했다 한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부모는 피눈물을 흘리며 자살을 권유한 것이었다. 추석 전에 성균관대에서는 구속된 총학생회장의 아버지가 6일동안이나 학교에 찾아가 다른 학생들을 설득, 한총련을 탈퇴하도록 했다. 그리고 검찰의 선처를 받아 아들을 석방되게 했다.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는 부모의 마음은 대개 이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자식들은 철이 없다.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라 했다. 나무가 잠잠하려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모시려 해도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가신 뒤 아무리 울어도 부모는 이미 살아 계시지 않는다. ◆추석연휴에 고향에 다녀온 사람들은 깊어진 부모의 주름살에 남 몰래 눈물 흘렸을 것이다. 요즘 부모는 자식들이 고생스러울까봐 거꾸로 서울로 오시기까지 한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어찌 이리도 끔찍한 범죄가 생길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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