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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범행은폐 “한편의 소설”/수사혼선초래 「전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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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범행은폐 “한편의 소설”/수사혼선초래 「전씨 편지」

입력
199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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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협박 등 「가상공범」 생생히 묘사/치밀한 표현·구성 수사진 “전공덕인듯”12일 상오 박초롱초롱빛나리양 유괴살해범 전현주씨의 검거현장인 서울 관악구 신림동 여관방에서는 전씨가 남편앞으로 쓴 편지가 발견됐다. 「피치못할」 이유로 협박을 당해 범행에 가담할 수 밖에 없었다는 내용의 이 편지로 인해 경찰 수사는 처음부터 혼선을 빚었다.

편지의 골자는 자신이 남자 2명에게 성폭행당했고 이후 폭행범들이 당시 장면을 담은 필름과 사진을 내보이며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나리양의 유괴행각에 끌려들어 갔다는 것. 특히 「전화를 길게 하지 말고 짧게 끊어서 하랬어」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필름을 보여 주면서 그걸 준댔어」 「거기 남편카드로 하라고 했는데 내가 잘못 읽었어」 등 표현들이 대단히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전씨는 경찰에서의 최초 진술에서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남편의 극단사무실 임대광고를 보았다며 찾아온 남자 2명에게 강간을 당했다』며 편지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했으나 공범들의 인상착의 등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진 경찰의 신문에 결국 「조작」임을 시인했다. 전씨는 12일 밤 대질한 남편에게 『당신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거짓상황을 꾸몄다』고 털어 놓았다.

경찰조사 결과 전씨는 범행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서울 명동 커피숍에서 나리양 집에 협박전화를 걸다 경찰의 추적을 당하게 되자 이날밤 검거이후에 대비, 편지를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관계자는 『자신이 붙잡힐 경우를 대비, 시나리오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잡히기 전이라도 남편 등에게 이 편지를 보내 짐짓 「가상 공범」의 자수권유를 유도하면서 자신의 형량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는 「폭행이나 위협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저지른 범죄는 벌하지 않는다는 법규정을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관계자는 『전씨의 편지는 도저히 의심할 수 없을 만큼 진솔한 표현과 치밀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혀를 내두르며 『아마 전씨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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