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에 이럴 수 있나” 항의에 그냥 보내초동수사의 허점이 범인의 조기검거를 무산시켰다.
12일 검거된 박초롱초롱빛나리(8)양 유괴살해사건의 범인 전현주(28·여·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씨가 사건직후 경찰의 조사를 받고 풀려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 전씨는 사건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명동 S커피숍에 나가 하오 8시56분부터 9시10분까지 불과 14분동안 7차례나 나리양 집으로 협박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9시3분 3번째 전화가 왔을 때부터 발신지 추적작업을 시작, 반포전화국을 통해 발신지를 확인한 뒤 즉각 무전망으로 관할 중부경찰서에 연락, 하오 9시12분께 현장에 형사대를 투입했다.
당시 커피숍에 있었던 손님들은 13명. 경찰은 들어서자마자 출입문을 봉쇄하고 손님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으나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전씨는 겨우 13명 밖에 안되는 손님들 틈에 끼여있었으면서도 유유히 경찰을 따돌리고 현장을 빠져 나갔던 것이다.
경찰은 전씨가 임신부였다는 점이 범인이 아닐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한 요인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당시만해도 범인의 인상착의조차 명확지 않았던데다 함께 있던 전씨의 후배가 『임신부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해 그대로 지나쳤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이날 전씨의 옷차림이 전날 목격자들의 진술과 달랐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커피숍 종업원에게 『방금전 계속 전화하고 있었던 사람이 누구냐』고 한마디만 확인했어도 전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전씨는 검거후 나리양을 유괴당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날은 범행후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고 범죄심리상 피해가족과 「협상」하기까지는 살해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만큼 이때까지는 나리양이 살아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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