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이회창 대표와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10일 같은 시간대에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발표한 자신들의 집권공약은 오랜만에 여야 유력후보들간의 정책대결이라는 측면에서 청량감이 있다. 신한국당 이대표의 두 아들 병역면제시비와 관련, 정치권이 연일 저질 흑색선전전을 벌여왔던 저간의 사정과 비교해 보면 그렇다. ◆이날 이대표는 집권하면 현행 대통령의 제왕적 절대권력을 총리와 분담하는 것을 골자로 한 책임총리제의 도입을 밝혔다. 이대표는 또 대표에게 인사권 등 총재권한의 대폭이양과 국회의장 경선 등 대대적인 여당운영 쇄신방안도 내놨다. ◆뒤질세라 국민회의 김총재도 정치보복금지와 각종 차별대우금지, 대통령 친인척의 부당행위금지 등 이른바 「3금법」의 제정을 공약했다. 김총재는 한걸음 더 나아가 현재 재판중에 있는 김현철씨의 사면 가능성까지 시사하기도 했다. ◆이대표나 김총재의 이같은 집권 청사진이 다분히 표를 의식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위의 축소의사를 밝힌 이대표나, 정치보복금지 등의 법제화를 통해 이의 제도적 방지의사를 표명한 김총재에겐 이것들이 자신들의 득표를 가로막는 아킬레스건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두 사람 모두가 「집권하면」이란 가정을 통해 이의 실천을 공약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이러한 공약과 다짐이 사후 구두선이 된 사례가 수없이 많음을 증언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결코 수사로가 아니라 실천의지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두 사람 모두 깨달아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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