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경기가 없다고들 울상이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특수를 노리는 곳이 있다. 바로 정치권이다. 2,000만 이상이 움직이는 민족대이동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87년과 92년 대선때도 투표일을 지금과 비슷하게 앞두고 추석이 있었지만 이번 추석은 유별나다. 대선전이 4파전을 넘어서 5파전을 예고하는 등 혼전양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와중에 추석이 왔기 때문이다. 야당이 선거사상 처음으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키고 있고 집권당에서 정권재창출이 어렵다며 후보교체주장이 나오고 있는게 요즈음의 대선정국이다. 이 과정에서 대선과 관련된 고정관념들이 하나둘씩 깨져가고 있으며 국민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두아들 병역면제공방의 덫에 걸려 올라갈줄 모르는 이회창 대표의 지지도를 추석을 고비 삼아 반등 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회의는 대화합과 포용을 내걸고 야당사상 처음인 여론조사 1위를 고수해 김대중 총재의 대세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자민련은 자민련대로 추석을 계기로 김종필 총재를 바닥세에서 끌어 올리려 하고 있다. 조순 민주당총재는 후발주자로서의 불리를 추석을 통해 만회하려 하고 이인제 경기지사 역시 추석민심의 흐름을 겨냥,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추석후의 여론추이가 대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예상이고 보면 각 후보진영이 조바심을 내는것은 십분 이해가 간다. 이 때문에 여야는 후보가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집권공약을 발표하는가 하면 귀향활동자료를 배포 하는 등 추석민심을 잡기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추석민심잡기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구잡이식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번 대선은 초반부터 과열양상을 보여 상호비방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더러운게임」으로 전락할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지 이미 오래다.
정치권은 추석민심잡기에서 부터 이번 대선을 정책대결과 선의의 경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마저 정치권의 분별없는 공방에 오염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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