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둔 선심용” 논란 소지/민원 해소하려다 외지인들 투기 부채질「도시의 허파」라 불리는 그린벨트에 대한 규제가 지역주민들의 불편 해소라는 명분아래 또다시 대폭 완화했다. 71년 그린벨트 제도가 도입된 후 47번째 규제완화이지만 그린벨트내 주택 증축을 허용하는 등 규제의 고삐가 크게 흔들린 것은 문민정부 직후인 93년 12월 이후 두번째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그린벨트내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해소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히고 있다. 90평까지 증축을 허용한 것도 결혼한 자녀에게 살 곳을 마련해주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병의원 생필품슈퍼마켓 은행 등의 신축을 허용한 것도 단지 주민불편 해소를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외지인의 그린벨트 개발을 사실상 허용한데다 증축범위 확대로 그린벨트내 호화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됨에 따라 그동안 잠잠했던 그린벨트 투기를 부채질, 그린벨트를 크게 훼손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특히 그린벨트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와 원칙수립을 바탕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주민들의 민원에 떼밀려 야금야금 규제를 풀어주는 무원칙한 규제완화의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얻기 위해 취해진 선심행정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부는 규제완화와 함께 각종 복잡한 단서를 달아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작년말 신한국당과의 협의과정 때보다 더 많은 여러가지 단서규정을 달고 있어 고심한 흔적은 많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들로 그린벨트 투기와 훼손을 방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가령 분가형주택의 증축을 허용하면서 부모와 같이 사는 자녀가 있을 경우, 대지면적이 1백50평 이상인 경우 등에 한정하고 있으나 외지인이 원거주자에게 뒷돈을 대주고 증축시킨 뒤 사들일 경우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또한 그린벨트내 체육관 수영장 병의원 은행 등을 신축할 수 있는 조건으로 「구역지정 이후 소유권 변동이 없는 나대지」에 한정한다는 규정을 달고 있으나 이는 그린벨트내 재산권 거래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 위헌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실행이 의문시된다. 그동안 그린벨트를 둘러싼 사유재산권 침해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거래행위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대응해 왔으나 이처럼 매매행위에 불이익을 줄 경우 자칫 사유재산권 침해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이같은 민원해소차원의 옹색한 그린벨트 조치를 47번째나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그린벨트를 포함한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란 지적이 높다. 국토개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그린벨트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개발압력이 과다한 수도권과 더 많은 개발이 필요한 지방을 「개발제한」이란 하나의 잣대(정책)로 규제하는 비효율적 정책의 소산』이라고 지적했다.
인구가 줄어들고 기존 개발지마저 줄어드는 지방과 수도권을 하나의 정책으로 묶어놓고 줄긋듯 「수도권 정비계획」이란 특별법으로 수도권과 지방을 갈라놓고 있는게 우리의 국토관리정책이라는 지적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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