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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마을서 한가위를 맞아보자

입력
1997.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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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가 우리들 앞에 다가왔다. 고향 동네 어귀에 버티고 선 장승에 눈인사를 하고 마을로 들어서면 낮은 돌담 사이로 정겨운 이야기가 흘러넘치는 계절이다. 정자나무 앞의 한가로움과 우물가의 벅적거림…. 각박한 도시의 삶에서 느끼기 어려운 삶의 온기는 특히 전통마을에 남아 있다. 담장 사이로 난 좁다란 고샅길을 걸으며 모처럼 여유롭게 계절의 맛을 음미하고, 사색에 잠겨볼 수도 있다.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과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 제주도 남제주군의 성읍마을은 널리 알려진 전통마을이다. 하지만 충남 아산 외암마을과 경북 경주 양동 민속마을, 경북 성주 한개마을, 강원 고성 왕곡마을, 충북 제천의 청풍 문화재단지는 이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상의 삶의 향기가 잘 간직된 곳이다. 추석연휴에 가족과 함께 떠나는 호젓한 가을여행지로 전통마을을 찾아보자.◆외암리 민속마을/400년 양반마을 멋 간직

88년 전통건조물 보존지구로 지정된 외암리 민속마을(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은 조선조 명종 때 벼슬을 지낸 이정이 낙향해 정착하면서 예안 이씨가 터를 잡은 마을로 400년의 내력을 자랑한다. 마을 이름은 이정의 6세손이자 조선중기 성리학자로 이름높았던 이간의 호 외암에서 따온 것으로 현재는 외암으로 한자표기가 바뀌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세에 60여호 남짓 되는 기와집과 초가집이 옹기종기 정겹게 모여 있다. 마을 전체를 둘러싼 5㎞의 돌담장은 낙안읍성과 더불어 아름다운 돌담으로 꼽힌다. 중요민속자료 제195호로 지정된 「이참판댁」(0418―43―3967)은 충청도 양반집의 멋스러움과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연엽주로 잘 알려져 있다.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된 연엽주는 찹쌀로 빚은 누룩에 연뿌리·줄기·잎과 솔잎을 넣고 빚는다. 한 병에 1만7,000원에 판매한다. 아산시청 문화공보담당관실(0418―40―2541).

◆청풍 문화재단지/한벽루 등 문화재의 ‘보고’

청풍명월의 본고장 청풍은 남한강을 이용한 수운이 발달하고 자연경관이 수려해 문물이 번성했다. 청풍문화재단지(충북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는 충주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놓인 문화재를 82년부터 3년에 걸쳐 이전해 문화재마을로 꾸몄다. 고려 충숙왕 4년(1317) 청풍현이 군으로 승격되면서 관아에서 세운 한벽루를 비롯한 보물 2점, 고가 및 관아 건물, 향교 등 지방유형문화재 10점, 비지정문화재 32점과 생활유물 1,600점 등을 전시하고 있다.

주변의 망월산성은 가벼운 등산코스로 좋다. 망월산 정상의 전망대에서 청풍호를 비롯, 인근 충주호변의 경치도 감상할 수 있다. 제천시에서 시내버스가 운행하고, 충주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청풍나루에 이른다. 청풍나루에서 단지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 단지 근처에 민박집이 있고, 청풍 면사무소 근처에 민박과 횟집이 있다. 월악산 국립공원도 가까이 있다. 청풍문화재단지 관리사무소(0443―47―7003).

◆고성 왕곡전통마을/기와·초가집 50채 ‘조화’

해변에서 불과 1.3㎞ 떨어진 왕곡전통마을(강원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은 다섯개의 봉우리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골이 깊다. 기와집 20여채와 초가집등 30여채가 평화롭게 자리잡고 있다. 지은지 100년도 넘는 기와집들은 모두 마루, 부엌, 외양간 등이 한데 붙어있는 강원도 북부지방의 독특한 가옥구조를 보여준다. 88년 전국에서 제일 먼저 전통마을 보존지구로 지정됐고 89년부터 98년까지 10개년 계획으로 복원사업이 한창이다.

왕곡마을에는 우물이 없는 것이 특징. 마을모양이 배의 형국이라 우물을 파면 마을이 망한다는 전설때문에 우물을 파지 않는다. 주변의 송지호는 맑은 물색과 울창한 소나무숲이 어우러진 강원 제일의 호수로 국민관광지이며 숙박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송지호 건너편 송지호해수욕장에도 숙박시설이 있다. 송지호해수욕장에 들러 가을바다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속초에서 오봉리까지 버스가 운행한다. 고성군 문화공보실(0392―680―3223).

◆양동 민속마을/양반문화 진수 간직 반촌

안동 하회마을과 더불어 조선시대 양반문화의 진수를 간직한 대표적인 반촌으로 손꼽힌다. 양동마을(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은 하회마을과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하회마을은 강물이 휘돌아가는 강마을이지만 양동마을은 산을 의지하고 있다. 풍산 유씨들이 자리잡고 있는 하회마을과 달리 양동마을은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의 집성촌이다.

손씨 대종가로 조선시대 초기 목조건축의 특징을 보여주는 서백당(중요민속자료 제3호), 이씨의 대종가 별당 무첨당(무당·보물 제411호), 손씨의 파종가 관가정(보물 제442호), 이씨 가문의 문중서당 강학당과 손씨 가문의 문중서당 안락정 등이 조상의 격조높은 삶의 모습을 전한다. 양동마을에는 친손보다 외손이 번성해 「양동처녀는 선도 안보고 데려간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경주시에서 안강행 시외버스를 타면 된다. 경주시청 문화공보실(0561-762―4213).

◆성주 한개마을/지세출중 주변절터 볼만

한개마을은 지세가 뛰어나 이름난 선비가 많이 나왔다. 조선 영조 때 사도세자의 호위무관으로 끝까지 절의를 지킨 이석문, 조선 말의 유학자 이진상이 이곳에 태를 묻었다. 이석문이 사도세자를 그리는 마음에 북쪽을 향해 사립문을 냈다는 북비고택, 이진상이 학문을 갈고 닦던 한주종택, 20세기 초 목조건축의 면모를 보여주는 월곡댁, 마을에서 가장 오랜 내력을 지닌 교리댁 등이 경상북도 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주변에 동방사터 칠층석탑, 법수사터, 금당터 돌축대, 청암사와 수도암 등이 있다. 가야산 국립공원도 멀지 않다. 성주군 문화공보실(0544―930―6063).<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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