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가 두 여성의 죽음을 애도하며 9월을 보내고 있다. 너무나 달랐던, 그러나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사랑속에 서로 만났던 그들 두 사람은 우리로 하여금 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5일 밤 인도 캘커타의 수도원에서 87세로 세상을 떠난 테레사 수녀는 한평생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했던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성인이었다. 그는 유고슬라비아의 스코프에(현 알바니아)에서 태어나 수녀가 되고, 캘커타의 성마리아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다가 『죽어가는 사람들을 두고 가르치는 일만 할 수 없다』면서 빈민구제에 나섰다. 50년 「사랑의 선교회」를 창설한 그는 세계 95개국에 4,000여명의 성직자들을 파견하여 고아 장애인 에이즈환자 미혼모 등을 돕고 있는데, 그의 존재 자체가 메마른 세상을 밝히는 따듯한 등불이었다.
거지에서 교황까지 눈물 흘리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강론을 통해 『테레사 수녀는 인생의 실패자들에게 신의 따사로움을 느끼게 했다. 신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그는 보여주었다. 죽어가는 사람들과 버려진 아이들, 고통과 외로움에 짓눌린 사람들의 가슴을 그는 끌어 안았다』고 말하고 『신이여, 그의 사랑이 전 인류에게 위안과 자극이 되게 하소서』라고 빌었다.
수녀들이 공동으로 입는 낡은 수녀복을 입고 깊게 주름이 패인 얼굴로 웃고 있는 테레사 수녀의 모습은 늘 아름다웠고, 사람들은 그를 보는 것 만으로 감동을 받곤 했다. 『그가 내 방으로 들어올 때 나는 진정으로 성자를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미국의 그레이엄 목사는 회상하고 있다.
8월31일 파리에서 백만장자인 애인과 교통사고로 사망한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테레사 수녀와는 거리가 먼 세속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의 죽음 역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81년 20세의 다이애나가 13세위인 찰스 영국왕세자와 결혼했을때 누구도 그 눈부신 신부를 기다리는 냉혹한 현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82년과 84년 두 왕자를 낳았지만, 남편이 결혼전의 애인 카밀라 파커볼스와 애인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남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였다.
그의 젊음은 수차례의 자살기도와 거식증으로 얼룩졌고, 30대이후에는 애정 편력이 이어졌다. 남편이 한 여자만을 「품위있게」사랑하는 동안 그는 많은 남자들 사이에서 방황했다. 그러나 어떤 남자도 그를 행복하게 하지 못했고, 「왕세자비와의 정사」를 폭로하는 비열한 애인까지 있었다. 94년 찰스는 TV 다큐멘터리에서 파커볼스와의 간통을 시인했고, 1년후 다이애나는 TV 인터뷰에서 승마조교와의 간통을 인정했다. 96년 8월 그들은 결국 이혼했다.
다이애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여전히 동정을 받았지만, 사랑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가 죽은후 일어난 폭발적인 추모열기는 그가 단지 「불행한 신데렐라」가 아니라 불행을 극복한 인간임을 보여 주었다. 사람들은 그의 사적인 스캔들을 덮고, 불행에 굴복하지 않았던 용기와 자선사업에 대한 헌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의무적으로 참가하기 시작했던 자선사업과 사회활동을 통해 고통받는 이웃에 눈을 떴고, 그 사랑을 통해 거듭났으며, 많은 영국인들의 가슴에 「마음의 여왕」으로 기억됐다.
테레사 수녀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기도하면 믿게 됩니다. 믿으면 사랑하게 됩니다. 사랑하면 섬기게 됩니다. 진실로 사랑하기를 원한다면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부인 힐러리 여사는 다이애나를 추모하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지난 6월 그를 만났을 때 나는 그전보다 훨씬 자신감에 차있고 유능해진 젊은 여성을 보았다. 삶으로부터 내팽개쳐질 때마다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용기에 나는 감명을 받았다』
「우리 시대의 성녀」, 「영국의 장미」로 불리던 두 여성은 우리에게 이런 기원을 주고 갔다.
『삶으로부터 내팽개쳐질 때마다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소서… 용서하고 사랑하고 섬길 수 있게 하소서…』<편집위원·도쿄(동경)에서>편집위원·도쿄(동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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