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빚기·밤까기 등 사전분담/“동서는 같은편” 서로 감싸줘야/미리 충분한 휴식 ‘심신 준비’「주부 직업병」으로까지 불리는 명절증후군. 명절만 다가오면 시댁에 가서 음식차리고 치워야지, 시댁어른과 손님들 수발들어야지 생각만해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소화가 안된다. 그러나 한 가족의 며느리가 된 이상 직장여성이든 전업주부든 명절지내기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 명절증후군을 슬기롭게 극복한 주부들은 『일이야 어차피 해야하는 것. 다만 일한 만큼 남편과 시댁식구들의 인정과 도움을 끌어내는 방법을 강구하고 스스로 상처받지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명절 스트레스를 없애는 길』이라고 말한다.
결혼 7년째인 주부 채지원(31)씨는 처음 2∼3년 동안은 명절에 시댁에만 갔다오면 부부싸움을 했다. 시댁이 있는 전남 순천까지 내려가는 것도 고역인데다 며칠간을 밥하고 설거지하느라 허리가 빠지는 것같은데 남편은 소파에 누워 친척들과 웃음꽃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는 것을 볼때면 부아가 치밀었다. 「일해주러 시집왔나」 서럽기도 했다. 궁리끝에 채씨는 3년전부터는 남편에게 공조체제를 요구했다. 우선 마늘까기 밤까기 등은 남편이 돕고 상을 들거나 아이를 돌봐주는 등의 일은 시댁어른들이 못마땅해하지 않도록 남편이 먼저 나서서 하게했다. 또 가족앞에서 아내를 얕보는 어투는 절대 금물로 했다. 명절기간중 은근히 이루어지는 이 협업은 외롭다는 생각을 없애줄만큼 위로가 됐다.
맏며느리인 배은아(32)씨는 손아래 동서와 잘 지내는 방법을 모색하고 나서 명절지내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동서가 4살 연상이다보니 서로 서먹함이나 경쟁심이 없을 수 없었고 당연 명절스트레스의 한 요인이 됐기 때문. 배씨는 일을 똑같이 분담해야한다는 생각은 아예 버린 대신 서로간의 시기심을 없애고자 될수록 동서앞에서는 아이들 자랑을 삼가했다. 상대방의 자랑거리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관심을 표명하고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했다. 자연 동서쪽에서도 솔선수범하려는 의지가 강해졌다.
시댁이 기독교라 차례를 지내지않는다는 김유경(35)씨는 그래도 명절이면 시댁과 친정에 선물을 얼마나 해야하나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무래도 시댁 선물에 더 무게가 두어지기 마련. 이씨는 자연스럽게 이를 남편에게 알림으로써 남편이 미안해서라도 친정에도 똑같이 하자는 소리를 하도록 유도한다.
한편 시댁이 부산인 이종원(31)씨는 2년전부터는 추석 전날 서울을 출발, 해운대에서 가족끼리의 오붓한 시간을 보낸뒤 시댁에 들어간다. 물론 시댁어른들께는 방금 도착했다고 말한다. 『음식준비에 부산한 시댁식구들에게 조금 미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추석연휴중의 엄청난 노동을 감당할 기운을 얻는 기분이라 스트레스예방책으로는 최고』라는 주장. 이씨는 명절스트레스를 이기기위해 간단한 액세서리를 구입하는 등 자신에 대한 작은 보상품을 마련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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