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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가 망쳤다/만신창이 고속철­부실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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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가 망쳤다/만신창이 고속철­부실의 원인

입력
1997.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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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국책사업 회의록도 없어/6공때 공약따라 설계없이 첫 삽/현정부 노선·역사위치 오락가락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경부고속철도 사업이 사상최대의 부실공사라는 오명속에 사업계획을 또 다시 전면 수정하게 된 것은 졸속행정과 정치논리를 앞세운 정책결정,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부실시공 등 총체적인 「한국병」이 낳은 결과이다.

경부고속철도의 파행은 착공때부터 예견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시 대선공약이던 「임기내 착공」에 집착, 경제적 타당성이나 기술적 검증조사없이 착공부터 하도록 밀어붙었다.

대만이 무려 12년, 프랑스의 테제베와 일본 신칸센이 7∼10년간 준비끝에 착공한 것에 비해 우리는 기술조사 시작후 불과 1년만에 노선을 확정했고 3년만에 착공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경부고속철도는 92년 6월 설계도면도 없이 착공됐고 어떤 차종이 도입될 지도 모르는 채 선로설계부터 이뤄졌다.

고속철도공단 관계자는 『91년 책정·발표한 최초 사업비 5조8천5백24억원은 단순히 일반철도 공사비에 30%를 더해 산출한 것』이라고 밝혀 고속철사업이 얼마나 졸속으로 시작됐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이처럼 뒤죽박죽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벼락치기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리 없다. 94년 6월 차종이 테제베(TGV)로 결정되자 노반공사 설계를 다시 해야했고 상당부분 재시공도 불가피했다. 노선결정도 기술적 검토없이 이뤄져 폐갱도를 지나는 상리터널의 경우 착공후 무려 4년만에 노선변경을 해야했다.

고속철은 현 정부들어서도 정치논리에 끌려다니기는 마찬가지였다. 94년 대구 보궐선거때 표얻기 차원에서 대구역사의 지하화가 사실상 결정되고 형평성차원에서 대전역사도 지하화하게 돼 공기가 3년6개월이나 연장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구·대전역사 지하화로 추가 공사비만도 1조3천억원이 들어가게 됐다.

경주노선의 경우도 96년 상반기에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문화계와 주민들의 반발로 노선을 바꾸게 돼 실시설계, 환경영향평가, 기초조사 등에 들어간 95억원만 날렸다.

관련부처와 기관들도 무관심과 책임떠넘기로 파행운영을 방치했다. 국내 최대 국책사업에 회의록 하나없어 누가 정책입안을 했는지, 주요 정책변경시 책임자가 누구였는지도 불분명할 정도다. 정책상 잘못으로 조단위의 국가예산이 낭비되게 됐는데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조차 없다.

정부는 아직도 대구·대전 지하역사공사는 착공을 미루고 있다.

또 정책이 변경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지상화할 경우 공기가 2005년에서 2003년으로 2년 단축되고 공사비도 1조3천억원이상 절약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아무도 이 문제를 본격 거론하는 사람이 없어 경부고속철도사업은 차기정권에서 또 한번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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