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제주도 남쪽 북위 30도40분 해역을 일방적으로 잠정 공동관리수역으로 설정한 것은 해양법 정신에 어긋나는 조치다. 관련국인 한국과의 협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보편타당성이 없을 뿐 아니라 동북아의 새 해양질서를 흔드는 행위다.94년 11월에 발효된 국제해양법협약은 각국의 이해가 겹치는 해역은 관계국간의 협의에 의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그 기본정신이다. 이번 공동관리수역 설정도 이해 당사국인 한국을 포함한 일본과 중국이 공동 협의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한반도를 둘러싼 3면의 바다는 한·중·일 3국의 이해가 미묘하게 얽히는 곳이라 3국협의체제의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었다. 중국과 일본이 이러한 필요성을 알면서도 독단적으로 공동관리수역을 설정한 것은 3국협력체제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양국이 공동관리수역의 양측 기점을 밝히지 않고 있는 점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양국이 지난 3일 합의한 어업협정을 보면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북위 27도 이북, 30도40분 이남의 해역에 대해서는 공동관리한다고 밝혔을 뿐 그 기점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이러한 문제일수록 투명성이 생명이다. 이를 얼버무리고 있다는 것은 인접국으로서 떳떳지 못한 자세이다. 양국은 기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그 결과 한국의 이해와 충돌한다면 지금부터라도 한국정부와 협의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뒤늦게 기점을 밝히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정부의 책임도 크기만 하다. 10일 열리는 한일어업실무자회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한국을 배제한데 대해 항의하겠다고 하지만 양국의 반응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독도에만 신경을 쓰다가 뒤로 도둑이 들어오는 줄 모른 격이다.
지난해 5월 중국정부가 직선기선을 터무니 없게 그었을 때부터 정부는 이를 예상하고 이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매달려야 했었다. 양국의 이번 조치를 보면 앞으로 한중 및 한일어업협정과 EEZ협상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일본의 강력한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은 독도문제 해결방안으로 공동수역안을 제시해 왔었다.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제도의 영유권문제를 공동관리수역 설정과 분리했기 때문에 일본이 이를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바다도 영토다. 중국과 일본의 이해관계 가운데 놓여 있는 우리는 많은 시련이 예상되지만 한치의 바다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각국간의 해양질서 관련 협상은 다른 당사국의 권리와 의무를 변경하지 않는다」는 유엔해양법협약 311조 규정을 바탕으로 한·중·일 3국의 이해가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중·일 3국협력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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