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토론 요구 초반부터 신경전8일 상오 10시30분부터 하오 4시40분께까지 열린 신한국당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는 당초 예상과 달리 후보사퇴 요구가 정면으로 제기되면서 격론에 격론이 이어졌다.
자유토론 도입부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회창 대표의 인사말과 당 3역의 보고 뒤 강삼재 사무총장이 『자유토론은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밝히자 심상준 위원장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 공개 자유토론을 요구했다. 이에 강총장은 『발언 내용을 하나도 가감없이 대변인을 통해 언론에 공개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뒤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이사철 대변인은 회의내용을 브리핑하면서 이례적으로 대변인실 관계자 2명을 배석시켜 내용에 틀림이 없는지 확인시키기도 했다.
발언내용에 비해 회의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주류측과 비주류측 모두 감정적으로 대응할 경우 손해라는 생각에 「말은 맵게, 태도는 공손하게」 원칙을 지켰다.
◎“추석지나도 불투명하면 결단 내려야”“낙선주자 소극적 태도가 당혼란 원인”“침몰하는 배에 무조건 타라면 되겠나”“모두 힘합쳐 해보고 10월에 재론하자”
▲이재오 의원=민심이 우리 당을 떠나 있다. 이대표는 극복해야 할 5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도덕성이 문제다. 아들 군대 면제 문제가 핵심이다. 당내 다양한 세력을 이끄는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포용성도 문제이다. 정치와 재판은 다르다. 우선 대표가 변해야 한다. 추석 지나고도 정권재창출이 불투명하면 이대표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원형 위원장=인기와 지지도는 시기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다. 후보교체 요구는 정치윤리상 비도덕적 행위다. 경선주자들이 당을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당혼란의 원인이다.
▲이환의 위원장=당내분 양상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전쟁을 앞두고 주장을 바꾸어선 이길 수 없다. 단결하면 이긴다.
▲유성환 위원장=이대표의 지지도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60만 군이 외면하는 이대표가 국군통수권자로서 군을 통솔할 수 있겠는가. 이런 조건을 가진 후보는 즉각 우리들의 양식과 애국심을 동원해 재고해야 한다. 이대로 돼선 안된다. 이대표는 당과 민족을 위해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백승홍 의원=왜 후보를 뽑아놓고 흔드는가. 이대표 자신이 병역을 기피한 것이 아니다. 국민속에 파고 들어가 잘못된 여론을 바로 잡자.
▲박희부 위원장=대선까지는 아직 석달이 남았다. (이대표 두 아들이) 씨앗이 안 좋고 킬로 수가 안 나가는 걸 어떻게 하란 말이냐. 지지도가 올라간다는 자신감을 갖고 단합하자.
▲김학원 의원=문제는 국민불신이다. 제2, 제3의 병역문제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당내에 팽배해 있다. 대선필패론이 가슴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침몰하는 배에 무조건 함께 타라고 해선 안된다.
▲안상수 의원=경선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부정해선 앞으로 경선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반민주적·반역사적 사고방식이다. 모두 나서서 호소했으면 병역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영향력이 적었을 것이다.
▲김광원 의원=낙마 얘기는 어불성설이다. 이대표를 흔드는 것은 대통령이 돼서는 안될 김대중 총재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의 어른들이 버르장머리없는 사람들에게 얘기해야 한다.
▲박희태 의원=이대표 아들 병역문제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흠이므로 이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흠을 가지고 당선돼야 국민에게 감사하고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을 두려워하게 된다.
▲서한샘 의원=이대표가 경선후에 각 후보진영을 추슬렀어야 했다. 흠집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이런 조치가 싫으면 당장 당을 깨고 각자 나가 뛰는 수 밖에 없다. 흠집을 얼싸안고 화합하자.
▲유용태 의원=국민회의에서 거론하려 한다는 이대표 사돈의 본적변경설, 이대표의 군대조기전역설, 아들 체벌교사 징계설, 세금 포탈설 등에 대비책이 있는가.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이 당내에서 금기시돼선 안된다.
▲박태권 위원장=국민의 천심을 손바닥으로 가려선 안된다. 이후보나 측근들은 경선에 이긴 걸 대통령당선으로 착각했다. 지금까지 독선과 무지속에서 당이 운영돼왔다. 국민과 당의 입장에서서 돌이킬 수 없는 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당장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단합해서 노력해도 안되고 야당을 못이기겠다는 판단이 서면 다시 이 자리서 토론해야 한다.
▲강성재 의원=민심은 조석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이대표를 전폭 지지해주고 10월에 가서 다시 문제를 거론해 보자.
▲김주섭 위원장=이대표 지지율 하락은 병역문제와 경선탈락자들의 태도 때문이다. 경선에 승복하겠다고 약속하고서도 돌출행동을 하는 것은 규탄받을 일이다.
▲박홍석 위원장=이후보의 대쪽 이미지가 퇴색해서 도덕성, 정직성면에서 여론조사 4, 5위를 보이고 있다. 극복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김한곤 위원장=후보교체론을 얘기하더라도 대안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 경선탈락자중 한사람을 대안으로 세운다면 다른 탈락자들이 동의하겠는가. 그렇다고 외부인사를 대타로 내세울 수도 없다.
▲김광영 위원장=경선에서 선출된 이후보를 미는 것이 당의 원칙이자 정도이다. 이후보는 시대적 지도자이고 우리가 뽑았기 때문에 우리의 운명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철용 위원장=지금 이대표는 바른 말을 들어야 한다. 시·도지부장 인선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를 범했다. 법대로가 아니라 멋대로 했다.
▲강총장=반공개적으로 이렇게 토론하는 것 자체가 당내 민주화의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것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이만섭 의원=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권재창출이다.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대통령후보를 바꿔야 한다고 얘기해야 할 때가 아니다.<신효섭·홍희곤 기자>신효섭·홍희곤>
◎이 대표,지금 상황은 전적으로 내 책임/“모든분과 손잡고 끝까지 같이 가겠다”
6시간여동안의 마라톤회의를 끝내면서 이회창 대표는 다음과 같이 심경을 토로했다.
『오늘 나에게 뼈아픈 말도 있었다. 나에 대한 직접공격도 있었지만 아프지 않다. 나는 당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이런 기회를 가질 것이다.
경선후 며칠간 당의 화합을 위해 할 일을 생각하던 중 병역파문이 터졌고 그래서 정신이 없었다. 경선후에 다른 후보들에게 무릎을 꿇고 그들을 껴안겠다고 생각했으나 병역문제 때문에 황망해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최악의 상황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당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일선에 자식을 보낸 어버이와 재향군인들에게도 정말 죄송하다.
그러나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후보교체론이 나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대선후보로서 당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 야당의 공격이 겁이 나 후보를 바꿔야 한다면 어떻게 여당이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는가. 야당의 공세가 무섭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후보를 바꿔야 한다면 과연 집권당이라 할 수 있는가. 나는 마음이 정해져 있고 여러분이 정해준 길대로 끝까지 갈 것이다. 이마를 땅에 대고 가슴을 열고 팔을 벌려 모든 분과 손을 잡고 같이 가겠다.
우리 앞에 두, 세 갈래의 길이 있는게 아니다. 오직 하나뿐이다. 나는 죽기로 각오하고 여러분과 같이 가겠다. 오늘 모든 것을 털어 흘려보내자. 그래서 12월 대선서 꼭 이기자. 이는 단순한 인사치레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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