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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왕국 공주들 사이버 시스터즈/최영경·이경·나경 세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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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왕국 공주들 사이버 시스터즈/최영경·이경·나경 세 자매

입력
1997.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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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학도·웹디자이너·슈퍼모델 ‘팔방미인’/게임개발사 창립,실리콘밸리 진출 꿈꾼다첫째는 컴퓨터게임개발업체의 어엿한 사장님, 둘째는 슈퍼모델 출신의 웹디자이너, 현재 슈퍼모델인 막내는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할 정도의 마니아.

최영경(28), 이경(24), 나경(나경·21)씨 등 세자매는 21세기 첨단미녀들이다. 이들 사이버시스터즈가 컴퓨터업계에 화사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결혼과 취업준비에 정신이 없을 나이의 세자매가 컴퓨터회사를 차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말렸다. 세상물정을 몰라 남자들도 힘든 냉혹한 사업의 세계에 뛰어든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그러나 미모에 장신인 세자매를 아는 사람들은 적성을 잘 살려 성공하라고 격려해줬다. 사이버시스터즈가 지난해 8월 창립한 회사는 「신나라엔터테인먼트」라는 컴퓨터게임개발업체. 영경씨가 사장이며 동생들은 외부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올가을에는 힘을 합쳐 회사이름도 바꾸고 새로운 인터넷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라면 누구나 꿈꾸는 미국의 첨단산업 본거지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것이다.

사장인 영경씨는 원래 컴퓨터와 거리가 먼 미술학도였다. 91년 경원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술잡지 기자를 거쳐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에게 그림을 지도하는 평범한 강사였다.

그러나 94년부터 동생 이경씨의 어깨너머로 PC통신을 배우다 보니 졸지에 컴퓨터광이 돼버렸다. 당시는 PC통신에 접속해서 대화를 나누며 게임을 즐기는 머드게임 「쥬라기공원」이 통신인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영경씨는 밥도 안먹고 PC앞에 앉아 「용용」이란 이름으로 게임했다. 하루 평균 10시간정도씩 빠져들었으며 어떤때는 사나흘씩 게임에 몰입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모니터앞을 떠나면 마음이 불안해지는 게임중독증에 걸렸다.

어머니가 『미친 사람같다』며 제발 그만두라고 말리고 야단쳐도 막무가내였다. 가상세계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잠시도 헤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경씨가 1년 넘도록 앓아온 게임중독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처방」을 해준 사람이 있다. 그는 공교롭게도 원인제공자나 다름없는 머드게임 「쥬라기공원」 개발업체인 삼정데이타시스템의 오충룡 사장. 자신도 게임광인 오사장은 게임접속자 중 한번에 며칠씩 매달리는 「용용」의 정체가 궁금했다.

영경씨를 만난 오사장은 게임에 대한 애착이 그렇게 대단하면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볼 것을 권유했다. 병 주고 약 주는 격이었다. 그래서 게임개발에 호기심을 느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1년간의 준비 끝에 영경씨는 동생들과 같이 저축한 돈과 부모의 도움을 받아 자본금 1억원으로 회사를 차렸다. 첫작품이 지난해 11월 PC통신 나우누리를 통해 선보인 머드게임 「천상세기 판계아」(go pang)였다. 이 것은 전설속의 고대대륙에서 대결을 벌이는 귀신과 마귀를 다룬 환상모험게임이다. 신비한 줄거리 덕분에 통신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어 하이텔, 유니텔에 연달아 메뉴가 개설됐다. 후속작인 「라우레시아」(go la)도 천리안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만화광인 세자매가 같이 구상한 결과 환상적인 줄거리가 게임을 성공시 키는 요인이 됐다. 특히 1,000여권이 넘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수집한 영경씨의 아이디어가 톡톡히 한몫을 했다.

「신나라…」는 현재 세 번째 작품인 「곤두아나」라는 게임을 개발중이다. 역시 사라진 지하대륙을 다룬 환상모험게임으로 내년봄 PC통신에 선보일 계획이다. 영경씨는 『사람들이 꿈을 꾸는 한 게임산업은 망하지 않는다』며 『가칭 「게임왕국」이라는 게임메뉴로 가득찬 PC통신과 인터넷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둘째인 이경씨는 미술학도에서 슈퍼모델, 방송인, 웹디자이너 등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한양여전 도예과에 재학중 주위의 권유로 나간 92년 제1회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뽑혀 모델생활을 시작했다.

패션쇼, 의상광고, TV 쇼프로그램 진행 등 2년간 모델활동을 하다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고싶어 웹디자이너로 돌아섰다. 미모의 웹디자이너를 컴퓨터와 인연 맺게 해준 것은 PC통신이었다. 친구소개로 PC통신을 통해 머드게임 「쥬라기공원」을 만난 뒤 언니와 마찬가지로 6개월간 게임중독증을 호되게 앓았다.

PC앞에서 밤을 새우는 딸이 공부하는 줄 알았던 아버지는 마냥 흐뭇했으나 50만원이 넘게 나온 전화요금고지서를 받은 후 딸의 장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경씨는 그런 아버지의 걱정도 덜어드리고 전공도 살리기위해 8개월간 컴퓨터그래픽학원을 다니며 디자이너 전문과정을 이수했다.

디자이너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곳은 멀티미디어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디지털 임팩트사였다. 그후 사이버인간 쥬키를 개발한 넷톡사에 웹디자이너로 합류하면서 여러기업의 홈페이지와 정부의 공공DB 개발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중이며 케이블TV인 DSN에서 탤런트 강남길씨와 초보자를 위한 컴퓨터교육프로그램인 「컴퓨터로 여는 세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언니와 함께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인터넷게임을 개발할 계획이다. 열대어를 좋아해 개인홈페이지(www.impact.co.kr/∼fiona)에 물고기 기르는 법과 인어공주를 그려놓았다가 인어공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막내인 나경씨는 신구전문대 가정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던 94년 둘째언니의 권유로 제3회 슈퍼모델 대회에 나가 포토제닉상을 수상했다. 그는 대회기간 중 가장 뛰어난 사진모델로 꼽혀 별명이 「미스포토제닉」이었다.

의류, 자동차, 음료 등 CF 및 패션모델로 TV와 무대에서 분주히 활동하고 있지만 이제는 언니들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에도 진출,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아이디어를 펼치는 사이버모델을 꿈꾸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홈페이지(www.impact.co.kr/∼fiona/nk-index.html)를 개설해 자신의 활동사진을 전시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도 마련했다.

전문 모델로 승부하는 만큼 모델만이 할 수 있는 전문 인터넷서비스 「사이버모델샵」을 자신들의 회사인 「신나라…」를 통해 운영할 계획이다. 사이버모델샵은 일반 여성과 모델들을 위해 화장, 헤어스타일, 의상코디네이션 등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종합미용정보 서비스이다. 단순한 글자정보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애니메이션 표현도구인 「스플래쉬」를 이용해 움직이는 영상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는 『PC통신과 인터넷을 검색해도 제대로 된 모델관련정보가 없고 유행에 뒤진 것들이 많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세자매 모두 게임을 좋아해 집에 설치한 PC도 남들 것과 다르다. 각자의 방에 설치된 3대의 펜티엄PC를 근거리통신망(LAN)으로 연결해 홈네트워크를 꾸민 것이다. 머드게임처럼 서로간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게임대결을 벌이기 위해서이다.

게임 때문에 LAN을 설치했다면 황당해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사이버시스터즈의 대답은 분명하다. 『내가 미치지 않으면 절대로 남을 게임에 빠져들게 할 수 없어요. 그래서는 프로가 될 수 없어요』 사이버 세자매는 오늘도 프로정신으로 무장하고 실리콘밸리에 우뚝 설 그날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컴퓨터가 애인보다 좋은 이유 7가지

사이버 세자매는 컴퓨터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1. 컴퓨터는 많이 알아도 절대 교만하거나 잘난체 하지 않는다. 지식을 무기삼아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은 남녀불문하고 잔인하다.

2. 여러가지 일을 시켜도 불평불만이 없다. 컴퓨터는 말이 없어 부려먹을 수 있지만 애인이라면 말이 없어도 미안해서 아무 일도 못시킬 것이다.

3. 기억력이 좋아 생일이나 기념일을 잊지 않는다. 기억력 만큼은 컴퓨터를 따라가기 힘들다. 대신 선물을 받으며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없어 아쉽다.

4. 질투하지 않는다. 의처증이 있는 남자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컴퓨터는 다른 컴퓨터앞에 앉아도 질투하지 않는다.

5. 화장을 할 필요가 없다. 여자는 화장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있다. 컴퓨터는 절대 화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6. 담배를 피지 않는다. 입과 코로 연기를 뿜는 사람을 보면 화장터가 생각난다. 담배연기덕분에 짧고 험하게 살고 싶지 않다.

7. 항상 새로운 정보로 신선함을 준다. 인터넷처럼 항상 신선한 남자라면 컴퓨터보다 더 좋아할 수 있다.<최연진 기자 wolfpack@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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