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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가 3류 연예인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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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가 3류 연예인 인가

입력
1997.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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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흥미위주 토크쇼·오락프로 ‘억지출연’/비전제시·자질검증 뒷전 미디어정치 먹구름방송사들이 여야 대선후보를 흥미위주의 토크쇼나 오락프로에 경쟁적으로 출연시켜 대통령선거를 희화화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방송사는 『대통령으로서의 인물됨됨이와 진면목을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후보의 자질검증과는 무관한 눈요기거리를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다.

여야 3당 대선후보는 지난 5, 6일 KBS1 TV 「체험 삶의현장」녹화에 잇달아 출연, 「연예인」의 역할을 소화해야만 했다. 방송사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음식점 배달원으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남대문시장의 노상 의류장수로,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노동자로 「깜짝변신」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SBS TV의 「대선후보와 함께」라는 주부대상 프로에서는 앞치마를 두른채 음식을 만들고 노래도 불렀다. 침실 등 개인의 사생활 일체도 「강제적으로」공개당해야 했다. 이에앞서 3당 후보들은 MBC 토크쇼에도 출연했다.

각 대선후보 진영은 이같은 방송사의 요청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출연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프로진행이 지나치지 않느냐고 어필하고도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실토했고, 국민회의의 K의원은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으며 촬영중 과다한 주문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대중 총재는 창당 2주년 기념일인 지난 5일 「체험 삶의현장」 녹화요청을 받고 난감했다는 후문이다. 김총재는 이날 하오 3시부터 4시간30분동안 남대문시장에서 영락없는 좌판상차림으로 「골라 골라」를 외쳐야 했다.

전문가들은 방송사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대선후보를 이용한 시청률 경쟁이 발아단계의 미디어정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또한 후보의 장점을 일방적으로 미화해 여과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쇼맨십을 발휘해서 유권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이미지 정치」는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면서 『도대체 옷을 잘 팔고 노래 잘부르고 음식 잘 만드는 것이 대통령자질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미·일의 미디어정치/흥미위주 프로 지양/토론통해 소신 펼쳐

미국의 대선후보들이 흥미위주의 TV프로에 나가 이미지경쟁을 벌이는 일은 거의 없다. 96 대선때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밥 돌 공화당후보가 MTV같은 오락 프로에 등장한 적이 있으나 그때도 품격을 갖춘채 주시청자인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주요 이슈인 교육 환경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부각시키려고 애썼다.

미국의 TV토론은 본질적으로 후보들의 지식과 논리, 경륜 등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자리이다. 각후보 진영마다 미디어 전문가들이 충분한 조언을 하기 때문에 의상이나 외모를 통해 승부가 갈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토론의 내용이 역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 때문에 TV토론에서는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시된다. 사회도 특정방송사가 아닌 중립적 입장의 공영방송(PBS) 소속 인사가 맡는다. 대통령후보가 2차례, 부통령후보가 1차례 토론을 가져 유권자가 충분히 후보의 면모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또 토론과정에서는 방청객들이 직접 까다로운 질문을 던져 일반 유권자의 입장을 대변한다. 후보들의 깜짝 변신을 통한 이미지 제고나 사생활 벗기기식의 TV프로는 아예 없다.

일본의 경우는 다소 다르다. 정치인들이 정치와는 관련없는 TV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자신을 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같은 프로에 출연하는 정치인들의 면면을 보면 암묵적인 기준이 있다. 지명도가 낮은 정치인들이 출연대상이다. 거물정치인들은 나름대로 권위와 체면을 지키고 있다. 최근 대선후보를 음식나르기 노점상 등으로 변신시킨 우리 방송사들의 프로는 몇년전 일본에서 방송한 것을 그대로 본뜬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당시 일본에서 인기를 모았던 이 프로에서는 주요 정치인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대신 주요 정치인들은 TV의 정치토론에 자주 출연해 정책현안 등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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