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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택의 ‘우리동네 아이들’(엄마가 권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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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택의 ‘우리동네 아이들’(엄마가 권하는 책)

입력
1997.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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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교사생활 체험담은 동화/스케치처럼 아름답고 소박흥미와 교훈을 겸하는 책이란 사실 흔치않다. 베스트셀러도 작품성과 재미를 같이 지닌 경우는 드물고 재미만 있으면 베스트셀러를 오래 유지하는 경향이다. 작품성이 있는 책은 딱딱하니까 금방 독자에게 외면당하기 일쑤다.

지금 소개하려는 창비아동문고 임길택 선생의 동화는 재미와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동화책이다.

거창 중유초등학교 교사인 저자는 산골마을에서 겪은 교사생활의 체험을 동화로 엮었다. 이 동화집에는 모두 12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이 중 「들꽃아이」라는 제목의 동화를 소개한다. 이 동화는 산간마을에 사는 보선이라는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다. 보선이는 워낙 깊은 산골에 사느라 늘 지각을 맡아 놓고 하지만 오가는 학교길에 핀 들꽃을 하루도 빠짐없이 선생님 책상에 꽂아 놓는다. 도회에서 살던 선생님은 보선이 덕분에 그 많은 들꽃들의 이름을 새로이 알게 되고 우리 들꽃의 잔잔한 아름다움을 배우게 된다. 보선이의 집은 학교까지 너무 멀어 조금만 하교시간이 늦어지면 손전등을 갖고 다녀야 할 정도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던 날부터 결석이 잦던 보선이를 결국 졸업하는 날까지 보지 못한채 선생님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된다. 들꽃아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은 꾸며 낸 이야기가 아니라 산간마을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삶을 담담히 그려 낸 스케치같이 아름답고 소박한 이야기들이다. 도시에 사는 우리들로선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산녘마을의 순박한 삶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감동을 느끼도록 한다.

도시의 아이들은 차를 타고 한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산골마을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외국의 알프스소녀 이야기에만 열을 올린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이야기도,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도 아니다.

아이들의 영혼에 하나도 보탬이 되지 못하는 들뜬 이야기일뿐이다. 황당하고 화려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만 찾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제는 정말 이런 책들을 펼치게 하자. 어려운 환경속에서 사는 이웃 친구들의 삶이 어떠한가를 알고 이웃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키워 나갈수 있도록.<이은애 소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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