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계의 기능을 설명하는 말중에는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것이 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은 상호영향을 주고 받으며 전체적으로 하나의 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한 요소가 주변의 다른 요소에 힘을 가하면 그로부터 되돌아오는 반작용 또한 매우 커서 자신도 그 힘의 영향을 되받게 된다는 원리이다.최근 우리 주변에서 보는 환경의 반작용은 인간이 그동안 환경에 끼친 작용에 대한 대가를 되돌려 받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8월24일 전남 고흥 앞바다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적조가 남해안을 강타하면서 멀리 부산 근해까지 피해를 주고 있는 일이나, 지난 1일 마포대교 근처의 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 2일 한강과 접한 탄천 하류에서 수많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일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그 동안 우리들이 무분별하게 자행해 온 환경훼손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그간 대기오염이다, 수질오염이다 하면서 훼손된 자연생태계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수없이 교육하고 홍보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환경윤리 의식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요즈음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적조나 녹조현상은 모두 물속에 사는 플랑크톤의 폭발적인 대발생을 이르는 말이다. 원래 적조란 말은 바다에서 동·식물 플랑크톤이 일시에 다량으로 증식되어 물의 색깔을 붉게 변색시키며 해양생물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때 물의 색깔이 흔히 붉게 변하기 때문에 적조라는 말을 붙이게 되었다. 이집트 연안의 홍해도 이 적조현상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이 적조가 강이나 호수에서도 자주 일어나며, 이때 그 원인 생물이 남조류나 녹조류일 경우 물색깔이 녹색을 띠게 되므로 이를 녹조라고 달리 부르고 있다.
적조나 녹조는 물속에 살고 있는 특정 플랑크톤의 생활에 필요한 영양물질이나 높은 온도 등의 환경 조건이 알맞게 갖추어질 때, 이들이 단시일에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것이다. 이때 그 원인생물이 만들어내는 독성물질이나 이들이 죽으며 몸이 분해될 때 생기는 독성물질로 인하여 큰 피해를 일으킨다. 또한 이처럼 엄청난 수의 생물이 살게 되면서 이들이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모두 써버려 물속을 무산소상태로 만들어 그 곳에 사는 생물을 질식시켜 죽게 만들기도 한다.
어느 경우이건 이와 같은 적조나 녹조 현상이 일어나는 까닭은 이들이 증식하는데 필요한 영양물질이 물속에 많아지는 소위 부영양화가 일차적인 원인이다. 이 부영양화는 대개 우리가 마구 버리는 생활하수나 농업용수 또는 공장폐수속에 포함된 다량의 유기물이나 질산염, 인산염 따위의 무기염류로부터 비롯된다.
결국 이와 같은 물의 재앙은 우리 모두가 공해에 대하여 너무 무감각하여 나 하나쯤이야 오염물질을 조금 버린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라는 안일한 마음가짐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유독 개인의 이해관계에 대하여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공공의 이해에는 지극히 무관심한 나쁜 습성을 지니고 있다. 자연보호를 위하여 쓰레기 줍기 운동을 시작한지 20년이 지났고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만큼 홍보되었지만, 아직도 이 캠페인을 해야 하는 한심한 상태이다. 쓰레기 줍기운동이 제대로 안되어서 쓰레기 안버리기, 쓰레기 되가져오기 등으로 구호를 바꾸어가며 운동을 펴고 있지만 여전히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과 줍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을 국토 대청결의 날로 정하여 국무총리가 쓰레기와의 대전쟁을 선포하였다. 때마침 추석연휴도 다가와 곳곳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하여 환경부는 그 범칙금을 배 이상 늘린다고 선언하였다. 미국의 경우도 길거리에 함부로 빈 병이나 쓰레기를 버리면 1,000달러에 가까운 엄청난 벌금을 물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범칙금이 겁나서라도 그런 범법행위는 못하도록 예방하려는 뜻이 있지만, 그보다는 이를 통해 생태양심을 회복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우리들이 습관적으로 저지르는 잘못된 버릇이 자연의 무서운 반작용의 재앙을 더 이상 불러들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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