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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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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9월18일 일본 관동군은 중국 동북부 선양(심양·옛 봉천) 근교 만주철도 선로를 폭파하는 사건(유조구사건)을 일으킨다. 이를 만주 군벌 장쉐량(장학량)의 짓이라 뒤집어 씌워 만주사변을 유발, 중국침략의 첫발을 디딘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얘기다. ◆이를 계기로 꼭두각시 나라 만주국을 세워 단물을 빨아먹던 일본은 1937년 7월에는 베이징(북경) 근교에서 야간 돌격훈련을 한다면서 중국군에 싸움을 걸어(노구교사건) 중일전쟁을 촉발했다. 병력이 우세했지만 일본군이 무서웠던 중국군은 굴욕적인 휴전협정을 얻어냈으나 일본정부는 즉시 전면침략전을 단행했다. ◆중일 수교 25주년을 맞아 중국을 방문중인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일본총리가 6일 일본의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선양을 방문했다. 만주사변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세운 「9·18기념관」을 방문한 그는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언급 없이 양국간의 우호만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표정은 덤덤했다 한다. ◆『위기발생시 일본이 미군과 협력해 개입할 지역에 타이완(대만)해협이 포함된다』는 가지야마(미산정륙) 관방장관 발언이 일으킨 파문을 의식한 그는 장쩌민(강택민) 주석 리펑(이붕) 총리를 만나서도 지나친 우호 제스처로 일관했다. 총리 재선을 노리는 그로서는 중국과의 우호관계 증진이란 업적이 필요하겠다. ◆그러나 장쩌민 주석은 「작은 일이라도 그것을 통해 모든 것을 꿰뚫어 봐야 하고, 나쁜 일은 경미할 때 방지해야 한다(견미지저 방미두점)」는 말로 일침을 가했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은 일본군이 폭파했던 철길처럼 진실을 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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