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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수녀의 헌신적 삶(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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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수녀의 헌신적 삶(사설)

입력
1997.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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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수녀가 세상을 떠났다.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의 어머니가 거룩하고 위대한 삶을 마치고 평화롭게 영면한 것이다. 세계는 사랑의 빛을 잃고 비탄에 잠겼다. 그의 숭고한 사랑과 헌신적 삶을 추앙하던 세계 지도자들과 각국민의 애도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유고슬라비아 스코프예(현 알바니아)에서 태어나 수녀가 된 후 빈곤의 땅인 인도 캘커타에서 봉사하는 생애를 완성한 그는 풍요·과소비와 절대적 빈곤이 모순처럼 공존하는 현대의 진정한 성자였다. 공소한 이데올로기나 이론을 이야기하는 지식인과 정치가 보다 사랑이 값지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실천가였다.

환자와 부상당한 군인을 치료하는 간호사로서, 고아의 어머니로서, 장애인과 에이즈환자·미혼모·매춘여성의 친구로서 그는 일생을 헌신했다. 그가 세운 사랑의 선교회는 세계 95개국에 성직자를 파견했고, 구호시설 역시 517개에 이른다. 그는 가톨릭 수녀였으나 그의 절대적 사랑의 삶 앞에서는 종교간의 장벽과 인종간의, 혹은 국가간의 차별도 없었다.

맨발에 샌들 차림, 주름살이 가득한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는 인류의 불행과 빈곤이 머무는 곳을 찾아다니는 동안 심장질환과 폐결핵에 걸리기도 했고 만년에는 다시 심장질환이 찾아왔으나 봉사활동을 멈추지는 않았다. 『나는 모든 인간으로부터 신을 본다』는 간결한 말은 그의 종교관과 철학을 명료하게 전해 주고 있다. 그는 79년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 『나는 빈민의 가난을 선택한 사람이다. 배고프고 헐벗고 돌봄을 받지 못해 오히려 사회의 짐이 됐던 사람들의 이름으로 이 상을 받게 된 것에 감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풍요로운 세기에 엄존하는 빈민과 소외자 문제를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강력한 울림으로 대변해 준 테레사 수녀는 「사랑의 실천」이라는 평생의 소임을 마치고 타계했다. 이제는 우리가 유언과 전생애를 통해 심어준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그의 교훈을 깊이 새긴 채, 우리의 뿌리 깊은 이기주의와 그에 바탕한 사회제도의 모순을 돌아보고 그의 박애주의적 정신을 이어갈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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