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침대는 지금 경주에 가 있다. 아이는 항상 벽쪽에 있기를 원했다. 아빠 냄새가 맡기 싫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이와 아이의 엄마를 갈라놓는 괴물단지였다. 그 둘은 나와 벽을 등지고 잤다. 아이가 네살이었을 때 함께 산에 오른 적이 있었다. 철쭉이 피어 있었다. 암자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산등성이 길이었다. 산 아래 강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아이는 따라오기를 그만두고, 바람 쪽을 향하여 입을 크게 벌리고 서 있었다. 『아빠 먼저 간다』라고 말했을 때 아이의 격앙된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나 지금, 바람을 마시고 있잖아요』 나의 머리는 다람쥐 조롱으로 바뀌었다. 다람쥐 조롱에는 세마리의 다람쥐가 살고 있었다. 네살 된 다람쥐와 엄마 다람쥐가 마주보고 있었다. 네살 된 다람쥐가 말했다. 『엄마 눈 속엔 내가 들어 있고 내 눈 속엔 엄마가 들어 있어요』 아빠 다람쥐는 자는 척하고 있었다.아이가 태어나고부터 낮에는 잠만 잤다. 나는 4년동안 카페에서 보냈고, 그 뒤엔 학원에 나갔다. 아이의 눈엔 잠귀신으로 보였을 것이다. 잠만 자다가 나가는 귀신 말이다. 일년 전의 여름이었다. 저녁상을 차려 놓고 아이 엄마가 깨웠다. 나는 간신히 일어나 밥상 앞에 앉았지만 밥생각이 없었다. 눈을 비비고 씻으러 가는 길이었다. 거실에 어질러진 아이의 장난감들이 발에 채였다. 아이는 레고로 성을 만들어 놓았었다. 나는 그 성을 구석으로 밀어놓았다. 아이가 그걸 보았다. 아이가 식식거리며 따라나와서는 장난감 그릇에 그것들을 하나하나 담았다. 그리고는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빠를 좋아하는 사람은이 세상에 하나도 없어!』 어떻게 알았을까? 아이가 남긴 말은 이어폰을 통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어두운 바깥 풍경과 펄럭이는 커튼, 아이가 들어가고 쿵! 방문이 닫혔다. 일요일 저녁이었다.
강화도에 갔을 때, 다섯살 먹은 아이가 쌍둥이 무덤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빠 저게 영어로 뭐야?』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딴 세상을 꿈꾸고 있었을까? 딴 세상에서 빠져나오는 아카시아 향기를 맡고 있었을까? 한참 뒤에 옆에서 아이가 말했다. 『아빠는, 그것도 몰라.「하우스」 아니야』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이다. 일주일에 한번, 그 작은 거울을 보러 경주에 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