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배우자” 영어 다음 인기/한 서린 이주지가 긍지의 땅으로/한인 강제이주 60년 맞아/당시 8,000㎞ ‘회상의 열차’/20일 타슈켄트 도착올해로 옛소련의 고려인(한국인)들이 악명높은 스탈린에 의해 강제이주된 지 60주년을 맞는다. 18만여명의 극동지역 고려인들이 1937년 어느날 느닷없이 「일본의 첩자가 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아닌 이유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 중앙아시아의 허허벌판에 떨궈졌다. 두 달 이상 진행된 지옥여행으로 굶어죽고 병들어죽고 처형당하는 등 1만5,000여명이 희생됐다. 고려인들은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피눈물이 난다.
열차를 타고 가는 동안 전염병이 돌아 어린이 사망률이 60%를 웃돌았다. 먹고 입을 것도 변변치않은 상태에서 토굴을 파고 겨울을 나야 했고 또 다시 숱한 사람이 죽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발행되는 동포신문 「고려일보」의 이 왜체슬라브(53)기자는 『강제이주 과정에서 형과 누나가 죽는 바람에 맏이 됐다. 특히 외할머니는 형제 10명중 8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그 후 60년. 고려인들은 우즈베키스탄에 23만명, 카자흐스탄에 10만명, 러시아에 9만명 등 약 47만명이 산다. 가장 많은 고려인이 사는 우즈베키스탄은 지금 한국붐으로 뜨겁다. 서럽던 유형지가 자랑스런 한국인임을 확인하는 긍지의 땅으로 변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의 최대 투자국이자 교역대상 2위국이다. 92년 수교 이후 82개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다. 자동차 전자 통신 등의 현지공장을 갖고 있는 대우는 우즈베키스탄 내 외국 합작기업중 투자규모 1위를 차지한다. 대우차는 거리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삼성 현대 금호 등의 대기업도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한국기업에 취직하는 게 젊은이의 꿈이다. 91년 옛소련에서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을 성장모델로 삼고 있다.
한국붐은 한국어 열풍으로 나타나고 있다. 타슈켄트에 있는 한국교육원 정만섭원장에 따르면 한국어는 영어 다음의 인기있는 외국어다. 94개 초중고교, 6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수도 타슈켄트의 타슈켄트동방대학 한국어과의 올해 입학경쟁률은 40대 1. 이같은 한국어붐을 반영, 한국의 교육부가 인증하는 한국어실력 평가시험이 10월부터 실시된다.
사막에 짐짝처럼 부려진 고려인들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았다. 생활수준도 비교적 높다. 옛소련 시절에는 대부분 집단농장 생활을 했지만 독립이후로는 집단농장이 많이 해체되어 흩어졌다. 강제이주 60주년을 맞아 당시의 한맺힌 여정을 되밟는 「회상의 열차」가 9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20일 타슈켄트에 도착한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재러시아독립국가연합고려인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일보 등이 후원하는 「회상의 열차」의 여정은 8,000㎞에 달한다. 이밖에 「고려인 강제이주 60주년 기념 국제학술토론회」 등 학술회의, 전통축제, 다큐멘터리 제작 등이 9, 10월 두 달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에서 펼쳐진다. 한많은 고려인이 이제는 축제를 벌이며 자랑스럽게 살게된 것이다.
◎사마르칸트 주립 외국어연 압둘라예프 소장/“재학생 60% 한국어 교습”
『여기 TV로 보는 한국의 모습이란 시위장면 정도이지요. 기업, 문화 등 오늘의 한국을 알 수 있는 신문, 잡지 등 최신 정보를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사마르칸트 주립 외국어연구소장 유수프 압둘라예프는 한국어 교육의 어려움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대학수준의 외국어 전문교육기관인 이곳에 한국어과가 생긴 것은 2년 전. 우즈베키스탄의 한국붐을 반영하듯 재학생 100여명 중 60여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교실은 「한국문화개발원」이라는 문패가 달린 2∼3평 정도의 작은 방. 비치된 한국자료라고는 조악한 한복 옷본, 낡고 바랜 한글공부 종이 글자판, 몇 안되는 단행본과 수년 전의 잡지 정도.
『우즈베키스탄은 외국어 공부를 장려하고 있는데 한국어는 영어 다음으로 인기가 있죠. 우리는 컴퓨터와 경영학 수업을 어학과 병행, 단순 통역가가 아닌 고급인재를 길러냅니다』 압둘라예프 소장은 91년 우즈베키스탄 교육장관으로 한국을 방문했으며 2년간 주러시아대사를 지내기도 했다.<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오미환 기자>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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