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반응 각각/“개헌불가능 일관된 입장”/‘국면전환 재료’ 내심 즐겨신한국당은 5일 김종필 자민련총재의 내각제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 제의를 둘러싸고 일부 혼선을 빚었다. 당직자들은 처음에는 『신중히 논의해 볼 수 있는 사안 아니냐』는 말 등으로 「한자락」을 깔았으나 청와대와의 의견조율을 거친 뒤에는 정색을 하고 도리질을 했다.
강삼재 사무총장은 『당의 방향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깊은 토론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에 관해 의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가 조홍래 청와대정무수석과 통화하고 난 뒤 확고하게 노(NO)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강총장은 『김영삼 대통령 임기내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관된 입장이었고, 이는 불변』이라며 『또다른 오해를 부를 소지가 많은 개헌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얘기냐』고 반문했다.
강재섭 정치특보는 강총장에 비해선 가능성의 공간을 더 많이 열어두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강특보는 『당직자회의에서 김총재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당의 입장은 정리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신중히 의논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니까 두고 봐야지』라고 말해 김총재의 제안이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당관계자들은 그러면서도 김총재의 제안을 내심 즐기는 모습이었다. 대다수 당관계자들은 안양 만안 보궐선거의 참패 와중에 불거져 나온 김총재의 제의가 보선 충격을 일정부분 반감시켜주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국면전환의 재료로 활용될 수 있음을 계산하는 듯 했다.
계파별로는 반응이 엇갈렸다. 상당수 민정계 의원들은 김총재가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와 결별수순에 들어갔다고 분석하면서, 이회창 대표가 주창한 대통합 정치와의 주파수 맞추기에 무게를 두었다. 반면 민주계 의원들은 김총재가 입지 넓히기를 시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여권을 교란하는, 도랑 치고 가재 잡기식 저의를 가진 것으로 해석했다.<홍희곤 기자>홍희곤>
◎국민회의/“못마땅해”/당혹 표정 진의 파악 부심/“그래봤자”“뭔가 있어” 갈려
국민회의는 김종필 자민련총재가 연내 내각제개헌을 전제로 여권과의 협력가능성과 정계개편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데 대해 못마땅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진행중인 자민련과의 대선후보단일화협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가급적 직설적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혹감과 함께 진의파악에 부심하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김종필 총재의 발언내용에 두가지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하나는 여권내 내각제동조세력과의 연대를 노리고 던진 제의일 것이라는 점과 또다른 하나는 김대중 총재를 자극해 국민회의와의 후보단일화협상에서 입지를 넓히려는 계산된 행동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국민회의가 가장 우려하는 경우는 여권을 향한 김종필 총재의 향후행보와 「보수대연합론」과의 함수관계다.
국민회의 내부에도 「JP로서는 DJP단일화 외에는 대안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과 「JP의 본심이 드러난 만큼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DJP공조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기본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세이다. 『최악의 상황이 아닌한 자민련과의 공조틀을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민련이 의심스런 행동을 계속 취할 경우에는 국민회의로서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당내일각에선 DJP단일화에 대한 자민련측의 무성의와 애매한 태도를 문제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여권과의 연내내각제실현과 DJP단일화를 동시에 노린 더블플레이』라며 『김종필 총재의 축사에 긍정적인 내용이 일부 담겨 있지만 이는 사전에 준비된 원고여서 본심이 담겨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대중 총재의 한측근은 『JP와 여권사이에 깊은 교감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며 『보수대연합론의 실현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고 강조했다.<장현규 기자>장현규>
◎청와대 한때 애매한 반응/조 수석 첫 언급 “당서 논의”/언론 ‘긍정검토’로 해석에 “언급할 사안 아니다” 정정
『야당총재가 제의는 할 수 있다. 신한국당의 공식기구에서 논의를 해봐야 하나 청와대에서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 김종필 자민련총재가 4일 「김영삼 대통령이 정계개편 등을 한다면 협조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에 대한 조홍래 청와대정무수석의 첫 언급이다. 조수석은 이날 출근직후인 상오 8시50분께 일부 출입기자들이 김총재의 제안을 두고 질문공세를 펼치자 평소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답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김총재가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와 공조하면서도 여당과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정계개편을 논의할 수 있다는 간접제의를 한 것이 아니냐』며 『이회창 신한국당대표의 대통합 정치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는 당 기구를 통해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수석의 이같은 발언은 당장 「김총재 제안에 대한 긍정적 검토」라는 식으로 해석됐다. 특히 『여러차례 청와대측에 나의 의사를 전달했다』는 김총재의 발언과 맞물리면서 조수석의 언급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조수석은 이날 상오 11시25분께 기자들과 다시 만나 『전혀 언급할 필요성이 없다는 뜻』이라며 1시간30분전의 발언을 해명했다. 그는 10시의 본관 수석보고회의가 끝난 뒤 김대통령에게 단독보고를 하고온 터였다.
조수석은 『일부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런 사안은 청와대가 전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기자들이 「명확하게 답변해 달라」고 계속 요구하자 『정무수석이 분수를 지켜야지, 야당총재가 말씀하셨는데 직선적으로 공격할 수 있느냐』며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에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뜻이 들어있다』고 애매하게 말했다.
조수석은 「대통령 임기내 개헌은 없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봐야하나 그것도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만 대답했다. 과거 내각제 개헌에 대해 「절대 불가」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는 『평소 명쾌한 설명을 주저하는 조수석의 스타일 때문이다』라는 견해와 『뭔가 석연치 않고 여지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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