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를 초등한 지 올해로 44년, 우리나라로서는 20년이 되는 해이다. 전세계 등산인들의 꿈인 에베레스트가 인도 측량국팀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P(피크) 15」라는 부호로 불렸다. 그후 인도의 측량국장 앤드루 워가 히말라야의 고봉 79개를 정밀측정한 결과 에베레스트가 최고봉임을 확인하게 됐다. 이 봉우리는 1865년 워의 전임자인 영국인 조지 에베레스트경의 이름을 붙여 에베레스트로 불리게 되었다.다음 세기 들어 영국에서 원정(1921년)을 시작했지만 제8차 원정까지는 실패만 이어졌으며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더 높은 곳을 오르겠다는 인간의 욕망은 등정을 위한 식량 장비 산소 등을 개발하며 점진적으로 고도를 높여갔다. 53년 제9차 원정이 실시되었고 마침내 그해 5월29일 에드먼드 힐러리경과 셰르파 탠징에 의해 지구의 정점 에베레스트가 정복되었다.
등산인이라면 누구나 더 높은 봉우리에 오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에베레스트란 인간의 욕망만을 가지고 쉽게 넘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의 기압과 산소는 평지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강한 제트기류에 의한 바람, 영하 30도가 넘는 추위, 크레바스 눈사태 등이 언제 어떻게 목숨을 앗아갈 지 모른다. 이러한 극한 지역을 가리켜 제3극지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77년 9월15일 고 고상돈씨와 셰르파 펨바 노르부에 의해 초등이 이뤄졌다. 그후 수많은 팀이 각기 다른 루트로 봄 가을 겨울의 에베레스트에 도전하여 때로는 아까운 목숨을 바쳤으며 때론 성공하기도 했다. 현재까지의 등정자는 27명이나 된다.
그 에베레스트를 초등한 힐러리경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반가운 일이다. 그의 초등 때를 떠올리면 참으로 경이롭기만 하다. 나는 지난 1월22일 남극점에서 있었던 그와의 만남을 잊을 수가 없다. 그에게서 들은 대원들과 셰르파들의 헌신적인 우정에 가슴이 벅찼으며 또다른 정상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토록 어려운 자연조건,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곳, 그 자체가 도전의 대상이다. 도전정신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큰 몫을 한다. 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찾게 하고 인간의 한계영역을 넓힌다.
대자연을 향한 도전은 고통스럽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정상에서 맛보는 기쁨은 무엇과도 비길 수 없다.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어 정상에 서면 등산인은 또 다른 정상을 향해 그림을 그린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죽음과도 흔쾌히 맞바꿀 수 있는 인간의 도전욕은 지금도 도처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대상을 찾고 있다. 그치지 않는 도전, 그것이 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인 것 같다.
내가 동계 에베레스트를 오른지 올해로 10년이 된다. 에베레스트 정상의 넓이는 자주 바뀌는 것 같다. 내가 처음 올랐을 때에는 폭 2m, 길이가 3∼4m정도였는데 93년 4월13일 두번째 올랐을 때에는 아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에베레스트에서는 100m 고도를 높이는데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일반인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에 섰을 때의 기쁨은 잠시, 하산길은 더욱 어려워진다. 탈진으로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지 않으면 살아 돌아올 수가 없다.
20년전 에베레스트 초등이후 우리나라의 등산인은 꾸준히 늘어 이제 1,000만명을 넘어서는 것 같다. 주말이면 온 산이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산에 익숙한 사람은 산을 두려워 하며 조심스럽게 대한다. 그러나 산을 모르는 이들은 산을 놀러가는 곳으로 생각한다. 산을 모르는 이들이 몰려 들면서 산은 오염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연보호를 외치며 열심히 산을 지키려 하지만 어쩔수가 없다.
히말라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최근 들어 네팔 관광국에서는 쓰레기 수거 명목으로 등반대에 수천달러씩 받고 있으나 베이스캠프와 각 캠프에서 쓰레기를 되가져 오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에베레스트의 마지막 캠프인 사무콜(고도 8,000m)부근에도 히말라야 등반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버려진 산소통이 여기저기 흉하게 널려있다. 이제 각국 등반대에게는 이 쓰레기를 어떻게 되가져올 것인가가 새로운 숙제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