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때보다 뜨겁다” 장례식 200만 운집 예상다이애나를 잃은 영국은 갈수록 깊은 침묵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온갖 소음으로 가득하던 런던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성당으로 변해버린 듯하다. 고함소리도, 경적소리도 사라진 거리에는 손에손에 꽃다발을 들고 버킹엄궁으로, 고인의 거처였던 켄싱턴궁으로, 고인이 영면할 노샘프턴셔로 향하는 추모행렬만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추모열기에 영국민들은 스스로 놀라고 있다. 사람들은 『윈스턴 처칠 총리가 숨졌을 때도 이처럼 추모열기가 뜨겁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우리는 한 여왕을 잃었지만, 하늘은 천사를 얻었다』는 등 최고의 헌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그를 「성녀」로까지 떠받들고 있다.
이러한 추모열풍에 당황한 것은 영국왕실. 왕실측은 이번 장례를 가능하면 차분히 치르고 싶어했다. 그러나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애도 물결에 놀란 왕실은 뒤늦게 태도를 바꾸었다. 물밀듯 쏟아지는 성금으로 재빨리 추모기금을 발족하는가 하면, 최대 20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장례 행렬 코스를 당초 계획보다 3배 가까이 늘렸다. BBC방송은 이 「세기의 장례식」 장면을 TV카메라 100여대를 동원, 187개국에 44개 언어로 생중계할 계획이다.
다이애나에 대한 추모열기는 사회분석가들에게도 흥미로운 사건으로 비춰지고 있다. 혹자는 한때의 「대중심리」로 보는가 하면,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여인에 대한 동정심과 일체감의 분출로 해석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왕실의 엄숙주의로 상징되는 기존질서에 대한 반감의 결과라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추모열기의 뿌리가 5월 18년간의 보수당 정권을 무너뜨린 선거혁명에 잇닿아 있다고 여기는 이도 있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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