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은 올해가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하시모토(교본룡태랑) 총리의 중국방문은, 양국관계의 연륜이 그만큼 쌓였고, 두 나라 사이가 이제는 작은 일로 허물어질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내외에 천명하는 행사가 될 것이다. 그 기념행사로서의 의미만으로도 우리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우리의 이익 역시 중일 양국의 안정된 협력에 있으며, 양국관계의 갈등에 있지 않음은 명백하다. 만일 두 나라가 대립과 긴장관계로 후퇴할 때 우리는 그에 따른 위기적 손실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양국에 걸려 있는 우리의 경제적 비중과 외교·군사적 이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일 가운데 가장 큰 과제는 「하나의 중국」에 얽힌 대만문제와 미일 신안보동맹간의 안보적 개념을 조정하는 일이다.
소련이 붕괴한 후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의 이념적·군사적 질서에 공간이 생겼다. 틈이 생겼다는 것은 예기치 못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미일 안보동맹의 기본 목표는 이 힘의 공백을 메워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데 있다.
이 예방안보원칙에는 중국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안보동맹의 내용이 될 방위협력지침(Guide Line)에 대만문제를 끼워 넣으려는 것은 수교의 대전제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는, 외교적 배신행위라는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미일안보동맹체제 발동요건인 이른바 「유사시」의 「주변지역」에 한반도와 대만까지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미일간에 작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이 중국의 무력침공을 받아 미국이 개입하게 될 경우 일본이 한반도 사태에서와 같이 군사지원임무를 맡는다는 것이다.
대만을 영토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이같은 군사협력을 중국에 대한 두 나라의 적대동맹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각기 중국과의 수교전에 대만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지금은 「하나의 중국」 원칙 탓으로 대만과의 정식 외교관계를 유보하고 있지만, 대만에 군사적 위협이 있을 때 모른 척하고만 있을 처지가 못된다.
하시모토의 중국방문은 이처럼 어렵게 꼬여 있는 문제에 양국이 어느 선에서 절충점을 찾느냐가 관심의 초점이다. 이밖에 중국의 핵실험문제, 일본의 보수우익화와 이에 따른 과거사 정리 문제, 댜오위다오(조어도:일본명 센카쿠·첨각) 영유권 분쟁, 경제협력문제 등도 다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만남의 가장 큰 의미는 역시 미국과의 관계와는 별도로 두 나라만의 관계가 동북아 질서에 얼마나 큰 독립변수로 자리잡을 수 있는가를 모색하는 데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양국간 정상회담의 추이에 쏠리는 우리의 관심도 여기에 있다. 일본과 중국은 지난 25년 사이 서구와 맞설만큼 엄청난 크기로 성장했고, 양국에 걸린 우리의 이해도 그만큼 중대해졌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