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저→인플레·환차손 우려→금리상승·주가하락 악순환최근 금융시장 불안의 진원지는 이상급등현상을 보이고 있는 환율이다. 금리상승과 주가하락도 환율불안에서 비롯됐으며 환율이 진정되지 않고서는 금리와 주가를 안정적으로 지탱하기 어렵다는게 금융권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통화방출확대를 통한 금리상승억제 ▲증권거래세인하 및 증권사의 순매수우위를 통한 주가하락방지 등을 추진해 나가되 궁극적으론 금융시장안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환율의 적정선관리에 둘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당국자는 3일 『금리상승과 주가하락의 근본적 원인은 환율의 급등에 있으며 금리 및 주가안정도 결국은 외환수급조정을 통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우선 단기금리의 경우 한은의 계속된 자금방출에도 불구, 하루짜리 콜금리 기준으로 연 13.4%안팎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기업들이 달러화의 원화교환을 기피하고 있는게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업들은 수출네고자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교환, 일정기간 단기자금으로 사용한 뒤 추후 달러를 지출해야 할 때 원화를 다시 달러화로 바꿔쓰는 것이 일반적 결제관행이다. 그러나 요즘 환율이 급변동하자 「환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수출네고자금을 원화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며 대신 과거 달러화로 충당하던 소요자금을 계속 원화자금시장에 조달, 단기금리를 부추기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간부는 『환차손에 대비한 결제방식변화로 기업들이 달러화의 원화교환을 기피함에 따라 환율과 단기금리가 연쇄적으로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 12.3%까지 올라 있는 장기금리(회사채유통수익률)의 상승기류도 발원지는 환율급등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장기금리는 인플레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환율상승에 따른 인플레우려감은 현재 장기금리를 부추기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환율상승→인플레우려→금리상승 기대감증폭→시장의 「팔자」일변도 분위기조성→금리추가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도 환율급등의 직접적 피해를 보고 있다. 주가폭락을 촉발시킨, 최근 6일간 1,700억원에 달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증시이탈은 주식시장 내부의 악재 보다는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 우려 때문이었다. 만약 환율이 더 오를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투매속도는 더 빨라지고 이들이 한국을 떠나게 되면 주가와 환율은 각각 폭락, 폭등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 멕시코나 동남아국가들이 겪은 전형적 「외환위기」상황인 셈이다.
현 금융시장은 금리 환율 주가가 불안정을 상호증폭시키는 「최악의 조합」을 이루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무엇보다 환율에서 풀어야 한다는게 금융권의 일치된 견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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