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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이들의 친구­다이애나/송태권(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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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이들의 친구­다이애나/송태권(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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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지난 7월 프랑스 르 몽드 여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응해 기자를 런던 켄싱턴궁으로 초대했다. 생애 마지막으로 가진 인터뷰였다.좀처럼 언론을 상대하지 않던 다이애나는 이날 회견에 응하며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자신의 사진과 관련된 질문을 일절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자는 인터뷰 도중 다이애나에게 느닷없이 사진에 관한 요청을 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사진들을 보여달라고 했던 것이다. 뜻밖에도 다이애나는 선뜻 수락했다.

그는 2층의 개인 거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거실의 벽이나 가구위에는 꽤 많은 사진들이 틀에 장식되어 있었다. 두 아들인 윌리엄과 해리, 그의 형제자매, 고인이 된 부친 스펜서경, 친구들과 찍은 추억의 장면들.

다이애나는 사진 서랍장을 갖고 있었다. 거기에는 그가 왕세자비에 오른 후 관여했던 공식적 활동, 특히 전쟁과 기아와 질병으로 시달리는 세계의 현장을 찾아 다니며 불행한 사람들과 만났던 사진들이 정성껏 보관돼 있었다. 짐바브웨의 나병환자 수용소, 네팔의 기아난민 캠프, 런던의 에이즈연구소 등. 다이애나는 사진을 한장씩 꺼내 보여주면서 『이들 모두가 내게는 특별한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다이애나는 사진 한 장을 손에 쥔채 한동안 말을 잊었다. 암으로 얼굴이 검게 탄 어린아이를 가슴에 꼬옥 끌어안고 있는 그 사진은 96년 아프가니스탄의 오지에 있는 병원을 방문했을 때의 장면이었다. 다이애나는 기자에게 말했다. 『제게는 가장 소중한 사진이죠. 가난과 질병으로 죽어가던 그 아이의 얼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 아이는 결국 죽고 말았죠』

다이애나의 서랍장에는 유럽과 미국 대중지의 독자들이 낄낄대며 눈요기로 삼았던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스캔들 사냥에 혈안이 된 사진사들에 쫓기고 쫓기다 끝내 저 세상으로 피신하게 된 것이다.<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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