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건의 좌절 「불협화」 앙금만/「대통합」 차질 비주류 저항 예고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는 2일 심야 긴급회동을 통해 이대표가 전격 제기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추석전 사면문제에 따른 여권내 갈등의 봉합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대표의 추석전 사면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날 노정된 불협화 기류도 해소되지 못했다. 이대표는 심야회동에서 「대통합정치」의 기조아래 「과거와 현재의 통합」차원에서 추석전 석방을 건의하고자 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대통령은 두전직대통령의 사면문제는 역사바로세우기라는 의미가 도외시된채 정치적의미만을 앞세울순 없다고 강조하고 국민대화합의 의미를 담아 사면건의를 하려했던 이대표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지금은 사면할 시기가 아니며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추석전 사면불가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이대표측은 이날 심야 회동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사면문제가 일단락된 것 이상의 의미부여를 삼갔다. 그러나 이대표가 입은 정치적 타격은 결코 단순하다고 볼 수 없다.
12월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그것도 이대표가 지지도 만회를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발생한 청와대와의 불협화는 내부전열의 커다란 부담요인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노씨 사면카드가 이대표의 대통합정치구상에서 파생됐다면 청와대의 사면건의 거부는 이대표의 대선전략 기조인 「대통합구상」자체에도 적지않은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이날 이대표에게 던진 메시지는 한마디로 원칙없는 대선지원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12월 대선때까지 양자관계는 지극히 제한적이며 소극적인 협력관계의 틀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두사람의 신뢰관계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공산이 적지않은 것이다. 사실 김대통령과 이대표의 불편한 관계는 경선이후 곳곳에서 감지돼 왔다. 지지도만회를 시도하기 위해 이대표가 던진 카드는 번번이 청와대측의 반대에 부딪혀 양자간의 불신감을 증폭시켰다. 기아사태해법과 총재직 이양문제에서부터 당정강 정책변경문제와 전·노씨 사면문제에 이르기까지 이대표는 어느것 하나 제대로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이대표측에서는 실제로 이인제 경기지사의 독자행보를 만류하는 청와대측의 설득강도가 소극적이었다는 불만이 새어 나오는가 하면 청와대가 오히려 이대표측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하튼 이대표는 이날 심야회동을 계기로 당내 비주류측으로 부터의 저항에 한층 더 시달려야 할 것 같다. 김대통령과 이대표의 대립양상이 표출된 이번 사태는 복잡미묘한 여권의 대선체제정비와 맞물려 예사롭지 않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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