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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유가소동/이진희(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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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유가소동/이진희(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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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엔 요즘 옛소련 시절을 연상시키는 긴 줄이 다시 등장했다. 도심 대로변의 주유소 앞에 기름을 넣기 위해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이다. 외국자본에 의한 현대식 주유소 체인점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한 92년 중반이래 이렇게 긴 줄은 처음이라고 한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주유소가 들어 섰는데도 자동차들은 왜 또다시 줄을 서야할까. 지난 1년여동안 리터당 2,500루블(400원) 수준에서 안정돼 있던 옥탄가―95의 휘발유 값이 최근 며칠새 리터당 200루블가량 올랐기 때문이다.유가인상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설이 떠돌고 있다. 첫째, 업자들이 기름값 인상을 겨냥,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둘째, 모스크바의 휘발유 저장소(MNPZ)가 최근 저장 탱크를 수리하자 재고가 곧 바닥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운전자들이 너도나도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셋째는 정치적 음모설이다. 모스크바시 당국이 5일 개막하는 모스크바 정도 850주년 행사를 앞두고 도심의 통행 차량을 줄이기 위해 휘발유 공급을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설이 있는가하면, 천연자원 에너지 분야에 메스를 대고 있는 보리스 넴초프 제1부총리에 대해 「에너지 마피아」측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자가 운전자들의 반응이다. 운전자들은 『그때는 어떻게 줄을 섰는지 모르겠다. 시장경제가 왜 좋은지를 이제야 알 것같다』고 말했다. 과거 1∼2시간 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줄을 섰던 그들의 사고가 시장경제의 틀 속에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러시아는 지난 5년간 엄청나게 변했고 또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5년전의 러시아만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겉은 물론 속까지 달라졌다. 한반도 관련 4강국의 하나인 러시아를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이같은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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