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고래’ 삼킨 중기들/승산경영난 미 철강사 인수 5년만에 순익 4배 늘려/메디슨3차원 초음파진단기 개발회사 인수 매출 증대/코리아스테풀미 거래선 사들여 첫해부터 6년째 흑자행진국내 중소기업들이 덩치 큰 외국기업을 인수, 내실있는 회사로 키워내거나 선진국에 연구소와 공장을 짓는 등 직접 투자해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술은 있으나 경영이 방만한 외국기업을 사들여 경쟁력을 불어넣고 자사보다 몸집이 큰 거래선을 인수하는가 하면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 수개월만에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고정 바이어로 확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업인수합병(M&A)이 자유화하는 추세에서 이들 기업의 사례는 국내 중소기업들도 충분히 해외기업을 인수해 입지를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중견 화물수송회사인 (주)승산은 자산이 100억원도 안되던 91년말 210억원 규모의 미국 철강생산기업인 파웨스트 스틸사를 인수, 5년여만에 연간 960만달러의 순익을 내는 알짜배기 기업으로 키워냈다. 경영을 완전히 현지인에게 일임하고 성과급제도를 시행해 근로의욕을 북돋운게 성장의 비결. 91년 8,693만달러이던 매출이 96년에는 1억4,000만달러로 급증하고 순익도 3∼4배나 늘어났다.
의료기기분야 벤처기업인 메디슨은 세계 최초로 3차원 컬러초음파 영상진단기를 개발한 오스트리아 크레츠테크닉사를 작년 5월 인수, 기술개발의 시너지효과를 얻고 있다. 90년대 들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던 크레츠사의 매출은 인수 직후인 작년 하반기에 2,518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34%나 늘어났다. 또 크레츠사는 올해 상반기에 세계 최초로 화질과 속도가 크게 개선된 3차원 디지털 컬러 초음파진단기를 개발,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 제품 개발은 당초 예상보다 6개월이상 앞당겨진 것으로, 이는 메디슨의 전자기술과 크레츠사의 기계기술이 결합되면서 시너지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무용 스테이플러 전문업체인 코리아스테풀은 91년초 미국 4대 사무용품 업체인 에이스와 스폰네일즈사를 인수, 첫해부터 줄곧 흑자를 내고 있다. 「피스」로 이름을 바꾼 이회사는 올해 매출 3,500만달러, 이익 100만달러를 낼 전망이다.
이 회사는 코리아스테풀이 83년부터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해온 거래선이었으나 90년 대주주사이의 경영권분쟁끝에 부도가 나 공개매각됐다. 코리아스테풀은 인수후 인지도 높은 기존 상표를 그대로 사용하고 한국인은 단 한명도 쓰지 않는 현지인 중심 경영으로 회사를 다시 살려냈다.
멀티미디어업체인 두인전자는 작년 9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100만달러를 투자해 현지법인을 설립, 1년도 지나지않아 미국 4대 PC유통업체인 마이크론일렉트로니스에 PC용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재생보드인 DVD비전을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이밖에 이동통신기기 전문제조업체인 스탠더드텔레콤도 94년 12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법인(STA)과 연구소를 설립, 작년 1,2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 2,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과거 미국시장에 진출했던 국내업체들의 실패로 한국산 무선호출기에 대한 인식이 좋지않았던 상황에서 STA는 고속삐삐의 조기출시, 직영서비스센터 구축, 광범위한 판매망 확보 등을 통해 시장공략에 성공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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