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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충섭(이 작가를 주목한다:1)

입력
1997.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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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의 논리적 사고에 동양의 감수성 “조화”경쟁이 치열한 유럽화단에서 한 평생을 미술기획으로 명성을 쌓은 하랄드 제만. 그가 본전시의 커미셔너를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광주비엔날레를 꾸리는 사람들은 만족해 하는 눈치이다.

임충섭(56)씨는 바로 그 하랄드 제만이 기획한 본전시 「속도·물(수)」전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작가이다. 70년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갔으니 한국작가이긴 하되 엄밀히 말하면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요사이 그는 한국의 대표적 작가로 인식되고 있다. 9월3일까지 뉴욕 샌드라 게링 갤러리 개인전, 9월7일까지 워싱턴 허쉬혼 미술관 「Recent Acquisition」전, 10월12일부터 열리는 요하네스버그비엔날레 참가 등 작가로서는 벅차고 영광스런 기회를 맞았다. 스미소니언재단의 허쉬혼미술관 콜렉션전은 미술관의 소장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백남준씨 작품이 96년 소장됐고, 임씨 작품은 그보다 앞선 93년 이 미술관에 들어갔다. 요하네스버그비엔날레에는 김영진, 조덕현씨 등도 참가한다. 바깥에서 오히려 그는 더 잘나간다.

무엇이 그를 매력적인 한국작가로 만들었을까. 그는 나이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옛 추억과 기억을 더듬고 있다. 『사는 게 무엇인가』

작품에서 그는 고향 충북 진천에서의 유년기억을 더듬기도 하고, 뉴욕이라는 살벌한 공간을 드러내기도 한다. 흙과 모래, 창호지가 등장하고, 색동저고리를 연상시키는 플라스틱 설치물도 나온다. 때로는 강철판에 강철로 오린 민들레 모양의 꽃잎을 붙이기도 하고, 오방색 고운 천을 늘어뜨리기도 한다.

마치 망각의 강 바닥을 긁어 옛 추억을 건져올리는 것 같다. 91년 서울 국제화랑의 「인간의 서식지」전에서는 그런 경향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그의 작품을 두고 평론가들은 「네오 미니멀리즘」 「신개념주의」라고 부른다. 개념화하고 「살」맛이 없는 종래의 작품과 차별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양미술의 논리적 사고에 동양의 감수성을 조화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임씨가 이번 비에날레에 출품한 작품은 「화석-풍경」. 녹슨 바늘, 나사같은 쓰레기와 비디오프로젝션, 나무패널을 이용한 입체물을 통해 현대인의 삶과 산업사회에서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문명과 자연 사이를 여행하며 얻은 경험을 시각화한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미술행위는 결국 마음의 귀갑 쌓기이다. 모든 인류의 미술은 귀갑 문화이다』 이렇게 말하는 그는 그 서양미술이라는 두터운 각질과 그 안에 동양적 심상이라는 고운 속살을 갖고 있는 작가이다.<박은주 기자>

□임충섭 연보

1941년 충북 진천 생.

서울대 미대, 뉴욕대학(NYU)대학원 졸업.

89년 「물활론―회화와 나무 앗상블라쥬」전(뉴욕 샌드라게링 갤러리)

91년 「인간의 서식지」전(서울 국제화랑)

91년, 92년 메리윌리샤아프 예술재단 「스페이스 프로그램」 수상

93∼94년 「다른 시각들」(뉴욕주립대 뉴버거미술관)

94년 뉴욕의회 예술기금

뉴욕 매트로폴리탄 미술관, 허쉬혼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작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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