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이지 않으면서 적당히 자극/X세대 주목도 높아 매출 급증컴퓨터 유통전문 체인점인 「컴마을」이 최근 시작한 세일광고에는 코피를 흘리는 여자의 얼굴이 커다랗게 나온다. 가정폭력에 희생당한 여성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하고, 기가 드센 젊은 여성이 싸움을 막 끝낸 모습 같기도 하다. 무슨 뜻인지 금세 모르겠다. 하지만 눈길이 간다. 카피에는 「상상을 초월한 세일을 단행한다」는 이야기를 적어 놓았다. 출혈을 감수하면서 물건을 판다는 뜻을 전하는 광고이다.
「기분 나쁘게, 무섭게」만들어진 광고가 하나둘 눈에 띄고 있다. 지나치게 선정적이지는 않아 광고심의에서 문제 되지 않으면서 적당하게 소비자들을 자극하는 네거티브 이미지 광고의 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생용 배낭으로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스트팩은 대리점 옥외간판으로 해골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오랜 가뭄으로 갈라진 땅 바닥에 뼈 만 남은 시체가 등에 이스트팩 가방을 멘 채 엎드려 있다. 가방을 메고 쓰러져 죽은 사람이 해골만 남을 정도로 세월이 흘러도 가방은 그냥 그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전한다.
미국 광고업계에서는 최근 소비자들의 기분을 살려주면서 제품을 아름답고 유익하게 보이도록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살 찌푸리게 만들어 허를 찌르는 수법을 사용한 광고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밀러맥주는 최근 광고에서 「입닥치고 맥주나 마셔라」는 무례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화제를 모았다. M&M의 트윅스 초콜릿은 「내 것은 2개, 네 것은 없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광고로 표현했다. 코카콜라도 올해 「서지」라는 새 음료를 내놓으면서 젊은이들이 그 음료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진흙탕에서 서로 아귀다툼 벌이는 광고를 만들었다.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닛산이 생산하는 최고급 승용차 인피니티는 최근 미국 X세대를 공략하면서 광고에서 금기로 삼는 「죽음」을 이용했다. 이 광고는 자동차와 남편을 땅에 함께 묻으면서 울고 있는 여성이 『남편이 아니라 자동차를 그동안 사랑했다』고 고백하는 유머광고이다.
재미난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다시피하는 이 광고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단히 인기를 끈다는 점이다. 광고가 퍼뜨리는 야유가 젊은이들의 유행어가 되고 제품판매도 따라서 늘어나는 효과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광고들이 언제나 제품판매에 도움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리콤의 이동훈 마케팅플래닝 본부장은 『후발 기업들이 인지도를 높일 목적으로 충격효과가 있는 광고를 주로 이용한다』며 『네거티브형 광고들은 소비자 주목도를 높이는 데는 확실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본부장은 『광고의 주목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제품판매를 늘려주는 것은 아니다』며 특히 네거티브형 광고는 ▲장기 캠페인이 필요한 광고 ▲소비자 관여도가 높은 고가상품 광고 등에는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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