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들어서며 경향 각지에서 중요한 국제적 문화행사가 풍성하게 열린다. 경제가 불황을 헤매고 대선정국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도 이들 세계적 수준의 문화예술행사들은 모처럼 우리에게 가을바람같이 삽상한 청량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서울국제음악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열리고 있고, 1일부터는 세계연극제(서울과 과천)와 제2회 광주비엔날레가 각각 막을 올리게 된다. 또한 창무국제예술제 세계음악제(이상 서울)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태평양영화제(제주) 등 여러 장르의 문화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문화행사의 개최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지역별 특성을 살려 이미지를 차별화하고 산업으로도 연결시키는 동시에, 주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바람직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행사들은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수출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또 각국이 자랑하는 예술의 진수를 국내에서 편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는 예술이라는 창구를 통해 각국의 문화적 차이와 특성,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존중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은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를 앞두고 우리가 갖춰야 할 세계시민적 소양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뿐만 아니라, 전국민적인 관심과 애정이 이 행사들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현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음악제는 국내 음악행사로는 규모가 가장 커서 「브람스 100주기 음악회」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천영화제는 인간의 꿈과 환상을 극대화하는 영화들을 보여주고, 110편의 연극·음악극 등이 선보일 세계연극제는 아시아에서는 처음 개최되는 범세계적 공연예술 축제이다.
광주비엔날레는 사실상 제2회인 이번 행사가 더 중요하다. 1회는 미술인들의 열기와 지역적 관심이 합쳐져 160만명 관람이라는 예상외의 성공을 거두기는 했으나, 거기에는 비엔날레라는 비교적 낯선 행사에 대한 과잉기대가 한몫을 했다. 이제부터 베니스비엔날레, 상파울루비엔날레처럼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행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술행사로서 분명한 특성을 갖추면서 잔치다운 열기를 유지해야 하는, 까다롭고 이율배반적인 숙제가 있다.
이 문화행사들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사한 음악제와 영화제가 너무 중복되고 있으며 시기상으로도 8월말부터 10월초까지 정신없을 정도로 편중돼 있는 점이다. 이 점은 홍보와 국민의 관심모으기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므로 주최측에서 서로 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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