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 고성장 신흥공업국 부상/“2020년까지 선진국 진입” 야망/인권시비·경제거품제거 과제도31일로 독립 40주년을 맞는 말레이시아는 「타워 크레인(Tower Crane)」이라는 별명이 새로 생길만큼 온 나라가 건설의 열기로 가득차 있다. 수도 콸라룸푸르 한복판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건물인 페트로나스 트윈 빌딩이 우뚝서 있고 곳곳에서 세계 최대규모의 현수교와 댐 등이 한창 건설되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57년이후 40년동안 말레이시아가 걸어온 길은 모하메드 마하티르(71) 총리가 이끌어 온 고도성장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65년 싱가포르의 연방탈퇴와 69년 말레이인과 중국인간 인종폭동(5·13사건) 등 근대화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말레이시아는 81년 마하티르가 취임하면서 비로소 「공업입국」의 틀을 갖춰 나갔다.
마하티르는 집권이후 말레이 민족이 결코 열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깨우치는 작업부터 착수했다. 60년 자신의 저서 「말레이 딜레마」에서 『말레이인은 이 나라에서 중국인들과 경쟁할 능력이 없다』고 한탄했던 그는 말레이 민족은 무능하지 않으며 막강한 저력을 지니고 있다고 선언했다.
말레이인들이 한때 게으른 민족이라는 평을 받게 된데는 이 나라의 풍부한 천연자원이 한몫했다. 고무와 원유 목재 등 1차상품만 팔아도 연 100억달러는 족히 벌 수 있는 등 2,000만 국민은 가만히 앉아서도 웬만큼은 먹고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지금 수출지향 공업화와 민간부문의 투자증대를 통해 완전히 신흥 공업국가로 발돋움했다. 86년이후 연평균 8%의 고속성장을 기록해 온 말레이시아는 1인당 국민소득 4,400달러로 싱가포르(3만1,000달러)를 제외하고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마하티르는 특히 말레이시아를 2020년까지 선진국 대열에 끌어올린다는 「비전 2020」의 원대한 계획을 91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미국 주도의 아태경제협력체(APEC)에 대항, 동아시아경제회의(EAEC)를 주창하는 등 동남아의 정치·경제적 맹주로 자처하고 나섰다. 또 라오스 미얀마 등을 ASEAN의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하나의 동남아(One South Asia)」를 만드는 데 이미 조타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오늘과 내일이 항상 장밋빛이라는 보장은 없다. 말레이시아는 재판없이 사람을 구속하고 구금하는 등 인권시비가 계속 일고 있으며, 말레이인을 우대하는 「푸미푸트라」정책에 대한 중국과 인도계 주민들의 반발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또 『링기트화의 폭락사태는 실제 경제력을 과대 평가한 무리한 경제 정책때문』이라는 야당의 주장처럼 고도성장에 따른 과소비와 경제의 거품을 제거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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