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마주친 보름달에서 묵연하는 자의 고요한 모습이…감은사 석탑이 있는 동해안 감포 앞바다에서였다.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바닷가로 나가자 밤바다 위로 보름달이 막 떠오르고 있었다. 그날 새벽 나는 감포 앞바다로 일출을 보러나갔기 때문에 처음엔 서쪽으로 진 저녁해의 잔영인 줄 알았으나 뜻밖에도 그것은 완벽한 보름달이었다.
그것은 새벽바다 위로 떠오르는 아침해의 찬란한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것은 경건하게 고개를 숙이고 묵연하는 자의 고요한 모습이었다. 아침해가 그 눈부신 햇살로 수많은 말을 했다면 그것은 잘 익은 수밀도의 빛깔을 하고 침묵 이외에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동해 위로 휘영청 뜬 보름달. 파도에 잔잔히 부서지는 달빛. 해변에 무더기로 촛불을 켜 놓고 북을 치며 굿을 하는 여인네들. 파도와 장난을 치며 노는 아이들. 이런 것들이 나를 한동안 감동에 떨게 했다. 자연은 어느 한순간도 우리 인간들을 감동시키지 않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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