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쇄신위원회가 미성년자의 음주·흡연 금지 등에 관한 각종 법률의 제한연령을 18세 미만으로 통일하는 조정안을 발표하자 예상대로 논란이 벌어졌다. 반론의 요지는 이 조정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지금도 심각한 청소년 탈선이 더 심해질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행쇄위가 2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최종결론을 유보키로 한 것도 청소년 탈선을 막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청소년탈선을 부추길 수 있는 조치를 취해서는 안된다는 반론과 반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의 연령기준을 둘러싸고 오래 논란이 계속돼 왔다. 언론과 사회단체 등은 각종 법규정의 상이함을 지적하면서 개선을 요구했다. 행쇄위는 이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법률과 기준을 통일하려는 것이라고 조정안의 취지를 설명했었다. 실상 조정안은 청소년정책을 개선하기 위한 철학과 비전의 산물이라기보다 문자 그대로 행정쇄신 차원의 조치였던 것이다. 서로 다른 연령제한규정을 방치해 온 행정의 나태와 무신경이 오늘의 논란을 빚게 한 셈이다.
18세는 분명 성인이 아니다. 이 나이에 실제로는 성인과 똑같이 사회생활을 하는 청소년들이 많고 독립된 가장도 있으나 대다수는 부모의 보호 아래 생활하는 미성년자이며 학생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발달상태와 사회전반의 추세, 기존 법령의 상당수가 18세 미만으로 규정돼 있는 현실등을 감안하면 행쇄위가 18세 미만으로 연령기준을 통일하려 한 시도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각 법령의 18세, 19세, 20세 규정중 가장 낮은 18세를 택하고 고교생규정을 추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같은 법개정방침이 광범하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발표돼 상당한 충격을 준 점을 행쇄위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새로운 기준을 수용할 수 있는 태세가 갖추어지지 않았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한 것이 우리 사회의 실상이다.
행쇄위가 앞으로 연령기준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겠다. 하지만 이번의 해프닝과 같은 논의과정은 청소년대책의 입안과 집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7월에 발효된 청소년보호법이 2개월의 홍보·계도기간이 끝남에 따라 9월1일부터 본격 적용된다. 학교폭력과 10대 성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기성세대는 이 법을 준수하려는 다짐을 새롭게 해야 하겠다. 또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 유해업소와 매체물 등을 적발, 고발하는 교사감시단제를 도입하고 1만여명의 유해환경 민간감시단을 운영하며 시·도별로 신고전화도 운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각계가 청소년보호를 위해 이런 노력을 다각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행쇄위와 정부는 민법상 만 20세 이상에 허용되는 선거권문제도 장기적으로 연구·검토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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