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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다리 한국 방문’ 일본 주부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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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다리 한국 방문’ 일본 주부 모임

입력
1997.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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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죄를 모르고 살았습니다”/95년 모임 결성후 두번째 한국방문/명성황후 시해현장 탑골공원 등 찾아/과거사 참회하며 평화로운 이웃 약속/“일본 돌아가면 이 느낌 꼭 전할게요”8월이면 어김없이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 주부들이 있다. 「평화의 다리 한국방문」모임은 올해도 15명이 24일부터 26일까지 경복궁의 명성황후 시해터와 탑골공원, 효창공원의 김구선생 묘역, 독립기념관을 돌아보았다.

다른 볼거리로 찾은 곳은 남대문시장이 유일했다. 그것도 교류단체인 한살림의 주부들이 『너무 마음아픈 것만 보지 말고 주부들이니 시장도 한번 보고가라』고 권유해서였다.

25일 하오 남대문시장에서 기분이 가벼워진 것도 잠시, 이들은 26일 아침 일찍 독립기념관으로 떠났다. 『아버지가 역사교사라서 한국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늘 들어왔다. 하지만 독립기념관에서 고문장면을 보고 너무 놀랐다. 한국에 오기전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피부로 느끼는 것은 전혀 달랐다. 너무 미안하다』고 후쿠시마 도키코(40·후쿠오카)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평화의 다리 한국방문」모임이 생긴 것은 95년. 일본 동북부 지역의 환경생활운동단체인 그린코프생활협동조합이 모태가 되었다.

이들은 일본정부가 종전 50주년을 기해 2차대전의 발발책임을 떨쳐버리려 하는데 대해 『과거 역사도 모르는 채 새로운 50년이란 없다. 우리부터라도 바른 역사를 배우러 한국을 가자』고 결의했다. 특히 그린코프의 야마구치 지역조합 이사장인 재일교포 정길자(54)씨의 호소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먼저 나가사끼 자전거대회에서 이런 생각을 밝혔다. 나가사끼 자전거대회는 원폭이 떨어진 8월9일을 기해 84년부터 열어온 어린이 청소년 주부들의 자전거 달리기. 참가자들은 마츠야마공원에 도착해 『아무것도 모른채 긴세월을 살아 정말 미안해요. 멀리 있는 한국 중국 아시아의 당신들. 우리들 바로 전에 살았던 일본인들이 당신 나라에서 못된 짓을 하였습니다. 한국사람들을 찔러 죽이고 중국사람들을 태워죽이고 아시아 사람들을 찢어발겼습니다. 타국의 소중한 당신들 진실을 모르고 살아와 정말 미안합니다』라는 참회의 시를 낭독했으며 어린이대표는 『전쟁으로 죽어간 사람들에게 우리는 맹세합니다. 전쟁을 하지 않겠습니다. 사람을 서로 죽이는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습니다』고 선서했다.

한국방문은 지난해 20명이 찾은 후 올해가 두번째이다. 오기 전에 역사교육도 받는다.

『독립기념관이나 탑골공원에서 한국사람들의 시선을 몸으로 느끼며 마음이 무겁고 괴로웠다. 이 느낌을 돌아가서 조합원들에게 꼭 전하겠다』고 가즈키 마리코(43·기타큐슈)씨는 말했다.

하토리 세츠코(43·가고시마)씨는 『한국이 급속도로 성장하는데 학교폭력이나 살인사건에서 일본을 닮고 있는듯하다. 절대로 일본처럼 발전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대개 30, 40대 주부들로 11명이 한국이 처음이다. 『손님이 아니라 친구로 한국에 다시 오고싶다』며 유학생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주부도 있다.

통역삼아 2년째 온 정길자씨의 남편 성신일(56)씨는 『모르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일본인은 모르는데 사죄하라니 짜증스럽고 한국인은 일본인들이 알면서도 사죄를 안한다고 생각하니 분노가 인다. 일본인들이 와서 보고 알면 달라진다』고 말했다.<서화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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