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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할머니 혈육 상봉­캄보디아에서 진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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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할머니 혈육 상봉­캄보디아에서 진동까지

입력
1997.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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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노력 헛되지 않았다/「50년 망각과의 싸움」 76일… 실낱 희망이 현실로 “극적 대단원”/6월14일 본보 특종 첫 보도/끈질긴 취재불구 1차확인 실패/고국 초청 전국 답사 마침내 개가훈할머니가 꿈에도 그리던 혈육을 찾은 것은 6월14일자 한국일보 특종보도를 통해 훈할머니 사연이 첫 보도된지 76일, 50여년만에 고국 땅을 다시 밟은지 꼭 25일만이었다. 본보는 6월13일 외신을 통해 훈할머니의 존재를 처음 접한 뒤 그동안 특별 취재진과 2단계에 걸친 끈질긴 취재, 유전자 감식을 통한 과학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마침내 두달 보름만에 개가를 올렸다. 1단계로 캄보디아―서울―진동을 잇는 삼각 취재망을 동원했고 2단계로 할머니를 고국에 초청, 전국의 「고향 후보지」를 순회하며 가족과의 상봉을 성사시켰다.

6월13일 하오 4시께 마감이 임박한 시점이었다. 캄보디아의 프놈펜포스트에 게재된 훈할머니 기사가 AFP를 통해 타전되자 본보 국제부 와이어실은 일순 흥분에 휩싸였다. 현지 대사관과 훈할머니를 처음 발견한 기업인 황기연(43)씨와의 접촉이 이뤄졌고 훈할머니가 한국인 위안부임을 확신하게 됐다. 다음날 14일 현지에 취재기자를 파견, 심층취재에 들어갔고 50여년동안의 기구한 삶으로 자신의 이름은 물론 부모와 모국어조차 잊어버린 할머니의 기억을 하나씩 되살리기 시작했다. 고향 진동에서 올라오는 할머니 가족에 대한 정보와 프놈펜의 할머니가 어렵사리 끄집어낸 과거의 파편들을 맞추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50여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장벽은 너무나 높고 완고했다. 부산에서 할머니의 가족이라는 사람이 나타났으나 유전자 감식결과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는 이에 굴하지 않고 뜻있는 언론·민간단체들과 함께 할머니를 직접 초청키로 했다. 나눔의 집(원장 혜진 스님)과 MBC등과 공동으로 8월4일 할머니를 고국으로 초청, 직접 현장조사를 벌였다. 진동과 함께 고향후보지로 지목된 인천 지역을 답사했고 염전이 있다는 전북 부안도 찾았다. 이와함께 민속촌을 방문해 40년대 생활상을 할머니에게 보여줬다. 14, 15일 경남 진동지역을 돌아보았지만 가족을 찾지는 못했다. 할머니는 서울과 인천에 머무르면서 줄곧 대리인 이광준(41)씨에게 『진동에 다시 가고 싶다』며 진동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했다. 할머니는 『아버지가 고향에서 엿공장을 했고 이름이 「공문(공무이)」이었던 것 같다』는 중요한 사실을 새롭게 기억해냈다. 이를 근거로 경남매일 등 지역신문이 취재에 나서 당시 엿공장을 한 이성호(1890∼1956)씨가 부각됐고 대리인 이씨가 혼자 마산 진동을 다시 찾아 사실여부 확인에 나섰다. 진동면사무소를 통해 호적과 제적부 등을 확인한 결과 이씨와 후처 장점이(생년미상·72년 사망)씨 사이에 자식이 1남3녀였고 둘째딸 이름이 「남이」로 당시 일본에 끌려간 사실 등이 훈할머니 기억과 딱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할머니의 형제 가운데 생존자인 여동생 이순이(61)씨가 언니에 대해 정확한 기억을 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남동생 태숙(92년 사망)씨의 부인인 조선애(63·경북 경산시 거주)씨가 시어머니와 남편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들을 많이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대검에서도 훈할머니와 여동생 순이씨의 혈액 등을 채취해 서둘러 유전자감식을 실시한 결과 친혈육임을 확인했다. 본보의 첫보도 이후 장장 70여일간을 끌어온 훈할머니의 혈육찾기가 「해피엔딩」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박진용 기자·마산="이건우·이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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