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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속으로 들어온 과학/“영상매체를 통해서 미학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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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속으로 들어온 과학/“영상매체를 통해서 미학을 찾아낸다”

입력
1997.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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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비디오 조각전·박현기전·김형기 비디오설치전최근 미술계 큰 흐름 중의 하나는 사진과 비디오 같은 영상매체에 관한 미적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인간은 기계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미학을 찾아내는 것은 어쩌면 기계 창조주로서의 당연한 책무라는 것이 비디오작업을 하는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가을화단을 잇달아 수놓고 있는 비디오아트전은 그러한 사고의 반영이다.

예술의전당 미술관은 주한 독일문화원과 공동으로 「독일 비디오조각전」을 9월13일부터 10월7일까지 제2전시실(02―580―1234)에서 연다. 백남준과 독일작가 등 17명의 비디오조각, 비디오설치, 종이작품 등 총 60점이 출품된다. 이 미술관이 기획한 「20세기 현대미술 조명전」의 두번째로 마련한 이번 전시는 63년 「비디오―부처―주제의 반기술 공학」이라는 전시를 통해 세계 미술계에 충격을 주었던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이후의 독일미술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백남준의 충격을 가장 신선하게 받아들였던 독일의 비디오아트의 흐름은 그래서 세계 미술사에서도 주목받을 만큼 도도하게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는 볼프 보스텔의 「네 머릿속의 태양, 내성적 우울」(86년), 잉고 귄터의 「단두대」(88년), 볼프강 슈텔레의 「승리의 노래」(88년) 등 독일작가의 작품과 백남준의 「부처 신 악마 기적」(90년), 「미소짓는 부처」(92년) 등과 독일서 활동하고 있는 호주출신의 제프리 쇼의 「고귀한 길」(85년), 독일서 공부한 장 프랑소아 귀통의 「둘씨네를 위하여」(90년) 등 외국인 작가의 작품도 포함돼 있다.

70년대 중반부터 비디오작업에 몰두해 온 대구의 박현기(55)씨의 전시회는 23일 개막돼 9월30일까지 경북 경주시 선재미술관(0561―745―7075)에서 열리고 있다. 79년 제15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비디오설치작품을 출품해 호평을 받았던 박씨는 「만다라」와 「물」 시리즈를 통해 선의 세계와 비디오라는 기계문명의 접합을 시도한다. 특히 만다라시리즈는 불교교리 팔상도 중의 금강계 부분, 즉 육욕을 통해 정화의 길에 이르는 과정을 비디오작업으로 표현하는데 만다라와 포르노의 이미지가 비디오로 투사된다. 박씨는 『명상과 카오스, 저속한 것과 신성한 것의 결합을 통해 에이즈와 환경오염으로 터질 것 같은 세상을 정화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프랑스서 활동하는 김형기(37)씨의 비디오설치전 「모노로그」는 29일부터 9월4일까지 백상기념관(02―724―2236)에서 열린다. 작품 「아이우에오」는 우리의 모음 발성 「아」 「이」 「우」 「에」 「오」가 프랑스어로는 「저 높은 곳을 향하여」라는 점에 착안, 비디오아트를 매개로 문화권의 이질적 수용과정을 선보인다. 김씨는 또 오브제 대신 전기모터와 전구를 이용, 빛의 흐름을 실체화하는 정교한 전기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소프트 웨어를 이용한 비디오작업에서 벗어나 비디오의 하드웨어적 변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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