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수표 사용/원화로 미 채권 투자도최근 달러에 대한 환율이 급등하자 해외출장 등 달러를 필요로 하거나 자녀들을 유학보낸 학부모들이 환전 및 송금시기를 조절, 환차손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직장인들 가운데는 달러환율 상승기를 틈타 외화예금가입 등 환테크에 나서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 아들(34)을 유학보낸 이모(63·서울 서초구 반포동)씨는 11월께 체재비로 2천달러를 보낼 예정이었으나 환율이 달러당 9백원선을 넘어선데다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27일 앞당겨 송금했다. 김모(33·회사원)씨는 미국에 유학중인 부인의 유학비용을 보내기 위해 연말에 필요한 돈을 미리 환전해 시중은행의 외화예금에 들었다. 자녀들을 유학보낸 학부모들은 달러 마르크 엔 등 외화로 예금하는 시중은행의 외화예금상품에 앞다퉈 가입하고 있다.
원화를 가져오면 달러로 입금시켜주는 한 외국계은행의 「매직 달러 세이빙스」라는 외화예금 상품은 개설 4개월여만에 가입액이 무려 4백20만달러에 이르렀다. 개설당시인 4월 1백23계좌던 것이 26일 현재 2백21계좌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가입자가 고작 하루평균 1∼2명에 불과했으나 25일 환율이 달러당 9백원을 넘어서자 그 다음날 하루에만 17명이나 계좌를 개설했다. 예금이자는 연 4%지만 예금을 찾을 때 달러로 찾거나 달러시세의 원화로 찾을 수 있어 환율이 오르면서 가입자와 문의전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이 은행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외화정기예금액도 5월말 현재 5천4백만달러이던 것이 26일 현재 1억2천3백만달러로 석달새 2배이상 늘었다. 환율이 올라 기업이 결제대금을 달러로 보유하거나 일반인의 외화예금 가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달러값 상승분을 상쇄시키기 위해 유학자금이나 해외여행경비를 달러보다 7원가량 싼 여행자수표(TC)로 바꿔나가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8월 초 미국 메릴랜드주립대로 유학을 떠난 정모(28·여)씨는 정착비 1만달러를 TC로 환전, 7만원가량을 절약했다. 여행사 직원들은 『이전까지만 해도 해외여행객 대부분이 경비를 달러로 바꾸기를 선호했으나 환율이 급등한 후부터는 TC로 환전하고 신용카드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연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온 사람이 남은 달러를 다시 원화로 환전하는 대신 그대로 보관하거나 시중은행의 외화예금에 가입하고 있다. 중소기업 사장인 박모(3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8월 초 미국출장을 다녀오면서 남은 돈 1천7백달러를 외화예금에 들었다. 박씨는 『어차피 내년 초 해외출장을 나가야 하는데다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원화로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눈치 빠른 직장인 가운데는 원화로 가입하면 증권사가 환전해 희망펀드에 가입해주는 미국채권상품에 투자하는 적극적 환테크를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
조흥은행 위성복 상무는 『단기간내 환율안정은 불투명한 상태여서 이같은 환테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진동·윤순환 기자>이진동·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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