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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위협」 대처 의연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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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위협」 대처 의연히(사설)

입력
1997.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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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장승길 전 이집트대사 일행의 망명에 반발하여 미국과 갖기로 한 미사일회담을 돌연 거부한 것은 그들의 행태로 보아 예상됐던 일이다. 때를 맞춰 최근 유엔인권소위가 북한의 인권상황을 비난하는 결의를 채택한 것과 관련, 국제인권협약의 탈퇴를 통보한 것 역시 일련의 항의 표시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이 미국의 망명허용을 자신들에 대한 모욕이자 적대감의 표현이라며 내달의 4자예비회담이 위험하게 될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의 반응임이 틀림없다.사실 한 나라의 핵심적인 해외공관장이 가족과 함께 망명했다는 것은 보통 창피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북한은 장대사를 공금을 횡령하고 국가기밀을 누설한 파렴치범으로 규정, 인도를 요구하면서 그같은 범인을 보호하고 있는 미국과 한자리에 앉아 회담을 할 수 없다며 대표단을 철수시키는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북한은 1단계로 송환시도, 2단계로는 장대사 일행의 한국행을 저지하려는 전략이 분명하다.

이번이 세번째가 될 미국과 북한간의 미사일회담은 북한의 미사일개발과 중동의 미사일 수출, 그리고 미사일 통제체제(MTCR) 가입이 주의제이다. 북한의 미사일개발과 중동지역 수출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왔던 터에 현지수출의 총책임자인 장대사의 망명은 뉴욕 타임스의 표현대로 보물을 얻게 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역으로 북한으로서는 장을 통해 미사일정보를 갖고 있는 미국과 미사일회담을 한다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 하겠다.

북한이 미사일회담 거부, 인권협약 탈퇴, 그리고 4자예비회담 위협 등 대미관계에 강경책을 펴는 것은 지극히 다목적이다. 즉 제2·제3의 공관장 망명을 막기 위해 이탈자는 파렴치범으로 규정, 외교관계를 악화시키면서까지 송환노력을 편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내부협박용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아한 점은 미국이 장대사 일행의 입국을 「정치적 망명」이라고 발표했다가 하룻만에 실수였다며 「임시보호」로 정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적대적인 상황하에선 말단 외교관인 3등서기관의 이탈도 정치적 망명으로 다루는 것이 국제관례임에도 대사의 이탈을 「망명」에서 「임시보호」로 격하한 것은 난센스다. 궁지에 몰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고려인 듯하지만 지나친 감싸기는 오히려 북한을 오산 오도케 한다는 점을 미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장대사 문제와 관련, 미국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회담 거부와 4자예비회담 위협에 눌려 장대사 문제를 편의에 의해 변칙처리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식량지원과 모처럼의 대미관계 개선의 기회를 생각할 때 북한이 대미관계를 전면 파탄시킬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아울러 정부는 미국에 대해 장대사 일행의 한국행 의사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황장엽비서의 전례에 따라 이른 시일안에 한국 관계자가 직접 신문, 북한의 최신고급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미국의 선처만 기다리자는 자세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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