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르크 당수 사임계기 강·온파 분열 가속남아공의 백인정당인 국민당이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61) 당수의 돌연한 사임에 따라 강경파와 온건파간 분열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클레르크는 26일 『지금이 당과 국가를 위해 사임할 적기라고 확신한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당내에서 사임 압력을 받은 적은 없다』고 애써 강조했다.
클레르크의 정계은퇴는 그러나 국민당의 내부갈등에 대한 문책의 성격이 짙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의 당 장악력은 국민당이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연립정권에서 탈퇴한 지난해 6월을 고비로 눈에 띄게 약화했기 때문이다. 남아공 언론들도 클레르크 부부가 최근 당 관계자들과 만난 뒤 침울해했다며 「압력설」을 뒷받침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종식시키고 흑백 연정을 출범시킨 일등공신인 클레르크는 당시 채택된 신헌법이 백인의 기득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만델라와의 결별을 택했다.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94년 4월 대통력직에서 물러난 뒤 2년여동안 정치 뒷전에 머물렀던 클레르크가 98년 대선을 염두에 두며 본격적인 정계복귀에 나섰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48년이후 권력을 독점 또는 나누어 가지며 집권당이 체질화한 국민당은 야당으로 전락한 뒤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됐으며 이에 따라 클레르크에 대한 도전도 거세졌다. 특히 그의 오른팔격이었던 륄프 마이어 전 국민당 사무총장이 5월 독자적인 정당을 만들겠다며 탈당하면서 당은 사실상 강·온 두갈래로 쪼개졌다. 마이어는 집권을 위해서는 인구의 80%에 달하는 유색인종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다인종 정당으로의 변신을 주장했는데, 이는 온건파인 클레르크로서도 수용하기 벅찬 주문이었다. 반면 강경파들은 클레르크가 백인들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려는 집권당의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말려들면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품위」유지에만 연연해한다며 그를 압박했다.
한편 국민당은 이르면 내주중 헤르누스 크리엘 웨스턴 케이프 주총리를 새로운 당수로 선출할 예정이다. 「미스터 터프」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강경파의 선봉장인 그가 당수에 오를 경우 당에 남아 있는 온건파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탈당사태로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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