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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떠라 붉은 해야 솟아라/지리산 웅석봉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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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떠라 붉은 해야 솟아라/지리산 웅석봉 일출

입력
1997.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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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열리고 여명이 감돌때 산청마을 운해를 뚫고 솟아오른 빠알간 해/사람들은 말을 잃는다「어두울까 밝을까/여명의 때여/회색빛 하늘에는/별들도 떨거든/희미한 빈 벌에서/길 잃은 나그네/아니울고 어이하랴/아 아니울고 어이하랴」(권구현(1902∼1937)의 「여명」중에서). 산 정상에 서서 어슴푸레한 여명을 보는 순간 시인의 찬미를 이제사 알 것 같았다. 또 찬란한 아침이 어떻게 우리한테 오는가도 훤히 알듯했다.

지리산 웅석봉(1099m·경남 산청군) 일출여행. 여행단체 테마사진여행(02―285―2211)이 마련한 무박2일 산악여행은 이렇게 우리를 감동시켰다. 버스에 몸을 맡긴 채 남으로 남으로 달리기를 6시간여. 일행 26명을 태운 버스는 웅석봉 등산로 초입 밤머리재에 도착했다.

이때가 24일 새벽 3시30분께. 하현달이 밤하늘에 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천지는 온통 산과 산그림자뿐이었지만 어딘가는 분명 메밀꽃이 때도 모르고 환하게 피어 있을 것만 같았다. 북두칠성, 북극성, 오리온자리, 별로 많이 알지도 못하는 별자리를 헤아리다보니 별빛으로 눈이 시려왔다.

새벽 4시30분, 일행은 등산을 시작했다. 밤머리재에서 시작하는 이번 등산로는 아직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제법 신선할 것이라 했다. 키작은 상수리나무와 발길에 채이는 이름모를 버섯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서울에서 담아온 혼탁한 공기가 머리를 어지럽히며 날숨으로 나오기를 수백, 수천번, 누군가 『자, 여기서 일출사진을 찍읍시다』라고 소리쳤다.

이때 사위를 둘러보며 안내원이 친절히 알려준다. 서쪽엔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이, 동북쪽엔 가야산과 황매산이, 정동쪽엔 경호강에 둘러싸인 산청마을이. 그러나 그렇다고 하니 그러리라 짐작만 할 뿐 어두운 탓에 분간은 가지 않았다. 풀냄새를 맡으며 어정쩡하니 있기를 10여분, 갑자기 하늘이 열렸다.

어둠에서 여명으로. 그것은 순간이자 찰나였다. 정동쪽 전암산을 중심으로 눈에 들어오는 모든 첩첩 산 위쪽이 붉어지더니 산아래 산청마을엔 운해가 일제히 피어올랐고, 하늘에선 별들이 아우성치며 떨었다. 여기서 우리들 나그네는 말을 잃었다.

새벽 5시40분께 기다리던 해가 떠올랐다. 말그대로 빠알간 해였다. 하늘은 유화물감으로 뒤범벅된 팔레트였다. 저쯤에서 떠오르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엉뚱한 쪽에서 해가 떠올라 조금은 웃음이 나왔다. 카메라셔터 소리가 일출장면을 놓칠새라 2∼3분 쉬지 않고 터져나왔다. 누군가가 『해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고 찬탄했다. 그의 목소리는 퍽이나 격앙돼 있었다.

아침 7시 하산하기전까지는 새하얀 운해의 물결이 산청마을을 내내 휘감았다. 운해에 잠긴 마을에서 새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맑은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나뭇가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운해에 나뭇가지가 「턱」 「턱」 꺾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온사인으로 치장된 노래방과 모텔 따위는 저 마을에는 없을 거라는 쓸데없는 감상이 몰려왔다. 숨가쁜 일출여행이 끝난 뒤 일행은 잠시 쉬고 대원사 계곡으로 향했다. 경남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란다. 신라 진흥왕 9년(548년) 연기 스님이 창건한 절로 몇번의 재건·중건·중창을 거쳐 지금은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쓰인다. 그러나 대원사 근처에는 전국 어디에나 자리잡고 있을 고만고만한 식당들이 있어 번잡하고 소란스럽기만 했다. 그래도 탁족은 즐거웠다. 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계곡물 소리에 귀를 씻고…. 발 담근 물을 한 움큼 마셔보니 물 맛이 참 부드럽다. 몇번이고 마셨다. 발가락으로 물밑 돌멩이들과 장난치는 재미도 상당했다.

점심시간. 지리산국립공원 동부관리사무소 직원인 조상수(47)씨가 운영하는 민박집(0596―72―8212)에서 한끼에 4,000원하는 백반정식을 먹었다. 된장국에 고사리 취나물 반찬으로 허기진 배를 거의 채워가는데 뒤늦게 축축한 호박잎이 「서비스」로 나왔다. 맛이 있었다. 하얀 쌀밥 한 공기를 더 시켜 쌈을 싸 먹는데 창문 너머로 늦여름 하늘이 어른거렸다. 시리도록 파랗고 파란 하늘이었다. 불과 몇시간 뒤부턴 이렇게 예쁜 하늘을 보고도 모르고 지나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출 사진 찍는 법/흔들림 주의하고 노출은 표준보다 한단계 어둡게

사진여행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제는 아무래도 일출일 것이다. 붉게 떠오르는 일출과 운해, 물안개, 해무 등 이른 아침의 광경을 한폭의 사진에 담고 싶어하는 것이다. 거리가 멀든 가깝든 어느 곳에서고 해는 뜨지만 그곳의 위치와 계절에 맞는 장소(Point)를 먼저 결정하고 하루전 일기변화에 따른 기상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붉게 뜨는 해도 좋지만 운해나 구름사이로 뜨는 해는 더 보기가 좋다. 만약, 일출촬영에서 뜻하지 않게 사진이 안되었을 경우를 대비해 다음 장소까지를 생각해둬야 한다. 주변지역의 자연경관, 폭포, 계곡, 정자, 유적지 등을 사전에 기억해 둔다. 풍경사진의 기법은 발로 한다고 한다. 그만큼 부지런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출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튼튼한 삼각대, 릴리즈(셔터를 직접 누르지 않아도 사진이 찍히도록 하는 연결장치), 후드(빛가리개), PL필터(빛반사방지용 필터) 등을 갖춰야 하며 원경, 근경, 전경의 삼각구도에 의한 주제와 부제를 설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떨림방지. 아무리 좋은 장면을 찍었다 해도 노출이 잘못 되거나 떨림으로 사진을 망치는 일이 많다.

옆사람에게 노출을 물어 사진을 찍는 경우에도 실패할 수 있다. 피사체의 각도나 필름 등 저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가지 요령이라면 자동노출기가 가리키는 노출수치보다 한 스텝(조리개 한 눈금)을 조여(어둡게 해) 찍으면 보다 예술적인 사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때 단 한번으로 자동노출수치를 결정하지 말고 카메라 렌즈를 밝은 곳, 중간 곳, 어두운 곳 등 최소한 3곳으로 이동시켜보며 노출의 변화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결국 좋은 장면, 좋은 풍경사진을 만든다는 것은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의 안목을 키워나가는 일일 것이다.<사진여행가 김종권>

◎웅석봉 대원사 계곡 가는 길/남원→88고속도→3번국도→산청

웅석봉 일출여행은 보통 무박2일이기 때문에 전문 여행·답사단체와 동행하는 게 좋다. 서울에서는 경부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전주―남원―88고속도로―3번국도로 산청까지 가면 된다. 또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가다 경북 김천에서 3번국도를 이용하는 것도 권장할 만 하다. 산청읍에서 시천읍간 도로를 타고 10여분 가면 웅석봉 등산로 입구 밤머리재가 나온다. 소형차 50여대는 충분히 주차할 공간이 마련돼 있다. 「웅석봉 정상가는 길」이라는 푯말을 따라 40여분 올라가면 일출장면을 만끽할 수 있는 기산능선이 나온다. 웅석봉 정상과는 30여분 거리다.

밤머리재에서 다시 시천읍간 도로로 10여분을 내려가면 평촌리 죽전 삼거리가 나온다. 우회전해 7∼8분이면 대원사계곡 중산리매표소에 도착한다. 어른 1,000원, 중고생 500원. 매표소에서 대원사계곡 끝인 새재마을까지 2.4㎞구간은 도로가 나 있지만 차를 타고 지나치기엔 계곡 풍광이 아깝다.<지리산=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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