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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지않는 ‘경제감시견’/이성철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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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지않는 ‘경제감시견’/이성철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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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경제의 「감시견(Watchdog)」이다. 기업과 금융기관, 일반가계 등 경제주체들을 해악과 불안으로부터 보호하고 또 잘못된 행태를 미리 경고하는, 시장경제의 교정자이자 최종수호자이다. 만약 시장경제를 「도둑」맞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일 수 밖에 없다.한보사태이후 7개월여 동안 정부는 감시견의 역할을 철저히 포기해왔다. 50대재벌의 10%이상이 쓰러지고 돈을 굴리는 금융기관들이 돈이 없어 도산직전에 처해도 정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직무유기는 비단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그치지 않고 「아직은 위기가 아니다」며 비상시국의 현실을 축소·은폐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시장경제의 존립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여론에 밀려 정부는 뒤늦게 원인치료제인지, 진통제인지 알듯 모를듯한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실기」를 비웃듯 금융은 더욱 교란되고 있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금리와 환율이 폭등하고 수요·공급원칙이 무시된 채 가수요와 불안심리로 춤추는 현재의 금융시장 모습이 과연 정부가 그토록 바라던 「시장경제」인지 묻고 싶다.

「짖지 않는 개는 개가 아니다」는 말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은행 종금 기업 등 한국경제를 끌고가는 핵심주체들이 「공존의 포지티브섬 게임」대신 「공멸의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결국 시장경제가 송두리째 「강탈」당하는 상황에서도 침묵하는 「감시견」이라면 굳이 있을 이유가 없다. 시장안정을 가져오지 못한 이번 시장안정대책 역시 정부가 감시견이라 하기엔 너무 늦게 「짖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7개월간의 금융위기로 국민경제와 경제주체들은 치유키 어려운 상처를 입었지만 정부가 시장경제 감시견으로서의 소임, 언제 어떻게 짖어야할 지를 깨달았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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