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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들 “9백20원까지 오른다”/널뛰는 환율 위기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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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들 “9백20원까지 오른다”/널뛰는 환율 위기인가 아닌가

입력
1997.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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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확산 전망치 일제 높여/달러가수요 급증… 한은 방어력도 의문정부당국은 최근 외환시장의 동요가 불안심리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뿐이며 장기적으론 환율이 안정세를 회복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움직임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일선 외환딜러들은 환율이 연말까지 달러당 9백20원까지 이를 것으로 예측,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올해 환율예상치를 달러당 8백90원으로 잡고 있던 A은행 외화자금부는 26일 환율급등락현상을 겪은뒤 이를 수정했다. 3·4분기말에는 달러당 9백10원, 올 연말에는 달러당 9백15원으로 상승할 것이라는게 이 은행 외환딜러들이 내린 자체 전망치이다. 이 은행의 한 딜러는 ▲종합금융사에 긴급 외화자금이 지원돼야 할 정도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졌고 ▲해태부도 위기설 등 추가 기업부도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으며 ▲기아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직접적인 환율전망 수정의 이유로 들었다.

이 은행뿐 아니라 타은행 종금 등의 국제금융 담당부서들도 최근 자체적인 환율전망치를 대부분 수정, 올 연말 환율이 달러당 9백20원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선 딜러들이 정부당국보다 높은 수준의 환율을 예상하고 있는 것은 우선 당국이 마지노선으로 인식됐던 9백원선이 쉽게 무너졌다는데서 오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달러당 9백10원은 다음달 외화수요가 몰릴 것을 감안한 장기 마지노선으로 여겨졌었는데 26일 순식간에 9백10원대에 환율이 접근하면서 불안심리가 극도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딜러들은 또 최근 은행과 종금사에 12억달러를 지원한 것을 비롯, 한국은행이 한보사태 이후 금융권에 이미 4차례에 걸쳐 외화자금을 지원, 「실탄」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인 점도 지적한다. 한은 이강남 국제담당이사는 『지원된 외화자금은 이미 일부 회수됐고 산업은행 외환은행 등을 통해 연말까지 20억달러 이상의 외화자금 유입이 예정돼 있어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한 3백60억달러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는데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에는 한은의 외화사정에 대한 의문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

또 싱가포르 선물시장에서 26일 미화 1달러당 1년물 선물환시세가 처음으로 1천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선물환(NDF)시장에서도 달러값이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 선물환시장에서 원화값의 하락은 앞으로 원화가치의 추가하락이 국제시장에서 예상된다는 말이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환율이 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의지로 8백90원선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던 것이 오히려 급등을 위한 에너지가 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최근의 달러환율급등이 다시 달러화에 대한 가수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때 같으면 월말에는 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원화로 바꾸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금은 달러를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차익을 얻기 위한 달러 축적현상은 금융기관도 마찬가지여서 가수요의 상승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 딜러는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시킨 실물부분의 문제, 특히 기아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환율불안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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