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사진은 카메라로 쓰는 자연과학 논문입니다』 「동굴박사」 「카메라에 미친 사람」으로 알려진 중견사진작가 석동일(46)씨의 신념이다.76년부터 13년동안 전국 350여개의 동굴을 앵글에 담아 「한국의 동굴」(아카데미서적)을 펴내고 또 8년여간 산하를 누벼 「한국의 버섯」(현암사)을 출간한 석씨의 자연탐구와 환경사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인 공해추방운동연합부터 10년 넘게 환경운동에 몸담은 석씨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체험케하는 것이 환경운동의 출발이자 전부』라고 말했다.
그가 카메라에 담은 사진만도 동굴 8만 컷, 버섯 5만 컷이나 된다. 자연도록 한권 없는 국내 실정을 감안하면 그의 사진은 한컷 한컷 모두가 살아있는 환경교육 자료들이다.
그는 환경운동은 BOD나 ppm지수를 고발하고, 폐수와 쓰레기더미를 찾아내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아끼려는 마음을 길러주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사진의 힘을 빌어 마구잡이로 훼손되고 있던 동굴들을 살려야한다는 여론을 이끌었다. 82년 억겁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비공개 동굴과 일반에 개방돼 훼손된 동굴을 비교, 「동굴은 살아야 한다」 사진전이 개최된 이후 환경단체들이 그 심각함을 인식해 보호운동에 나섰던 것이다.
그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생태사진 작가는 스스로 생물분류학자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8년동안 버섯을 찍으며 미기록종만 50종을 찍었다』는 그는 발견의 기쁨보다 미기록종이 지천으로 깔려 있는 국내학계의 수준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미기록종 1개를 찾아내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일본이나 미국 등에 비하면 「선수」들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의 체험과 사진기술을 대학생 주부들에게 무료로 전수, 「선수층」을 확산하느라 눈코뜰새 없다.
그는 내년부터 새롭게 태어나고 사라지는 바닷가 생물을 찾으러 떠난다. 종류를 셀 수 없는 조개, 존재조차 미미한 갯지렁이 등이 그의 카메라에 담겨져 다시 세상에 나올 것이다. 몇년 걸릴지 모를 그의 「생태계 발견」을 기대해본다.<정덕상 기자>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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